지리산 둘레길 3코스 당일치기 완주 후기

 겨울 휴가로 해외여행 대신 지리산 둘레길을 다녀왔다. 어떤 코스를 가볼까 고민하다가, 여자친구가 10년 전에 혼자 다녀온 3코스로 정했다. 길이도 제법 길고(22km), 난이도도 '상'이라 조금 걱정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하이킹 전날

3코스 중간에서 1박 하며 2일동안 걸을지, 아니면 하루 만에 끝내버리고 다음 날에 푹 쉴지 고민하다 후자로 정했다. 버스 타고 가면 인월에서 하루 자고 출발해야 하지만, 차가 있으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조금이라도 큰 동네인 남원에서 저녁 맛있게 먹고, 먹을 거 사고, 편히 잔 다음 출발하는 게 낫다. 

한옥 게스트하우스 작은 방에 숙소를 잡아 놓고, 근처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고, 내일 먹을 빵을 조금 사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하이킹 당일 아침

8시쯤 일어나서 게스트하우스 주방에서 컵라면과 컵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서둘러 인월로 이동했다. 남원에서 인월까지 고속도로로 약 20분 정도 걸렸다. 인월에선 '지리산 둘레길 힐링 쉼터' 앞 주차장에 주차했다. 쉼터는 동절기라 운영하고 있진 않았다. 짐은 다 차에 두고, 하이킹에 필요한 짐만 두 백팩에 나눠 담고 출발했다. 


둘레길 코스는 네이버 지도 앱을 보고 따라가면 충분하다. '지리산 둘레길 3코스'로 검색하면, 인월 시작점부터 금계 끝점까지 지도에 표시되므로, 그냥 그 길을 따라가면 된다. 물론 갈림길마다 표시가 되어 있지만, 얼마나 왔는지 파악하며 가기엔 네이버 지도가 편리했다.

본격적인 하이킹

3코스는 둘레길이라고 하기엔 고저 차가 심하다. 평지도 중간중간 있지만, 거의 등산하는 느낌이었다. 초반부에 쓸데없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해서, 시작부터 힘이 빠진다. 물론 공기가 맑고 경치가 좋아 기분은 상쾌했다. 우리 말고도 두세 팀이 보였다. 우리가 제일 늦게 출발했지만, 결국은 다 따라잡고 앞서나갔다. 금계에서 인월로 돌아오는 버스 시간 때문에 마냥 느긋하게 갈 순 없었다. 길 따라 걷고 또 걸었다. 힘들면 경치 구경하며 쉬어갔다. 

등구령 쉼터는 어디에

코스 중간에 등구령 쉼터라는 식당이 있는데, 여기서 점심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네이버 지도상에는 코스에서 제법 이탈한 곳에 등구령 쉼터가 있다고 표시되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 모르니 코스를 벗어나 마을로 진입하여 등구령 쉼터라고 찍혀있는 곳에 가 보았더니, 등구령 쉼터가 아니라 등구령 민박이었다. 네이버 지도 위치가 잘못 표시된 것이었다. 그래서 덕분에 1km 정도 쓸데없는 길을 걸었고, 다시 오르막을 한참 올라가 코스에 진입한 후 조금 더 올라가니 등구령 쉼터가 나왔다. 
암튼 힘들게 찾은 등구령 쉼터에서 김치전, 청국장, 막걸리로 점심을 해결했다. 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이다. 당연히 카드 된다.



하이킹 후반부

점심을 먹고 긴장이 풀려서인지, 아니면 아침부터 걸은 피로가 누적돼서인지 남은 2/5 정도 구간은 꽤 힘들었다. 마지막 남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제법 힘들었다. 특히 한참 이어지는 포장도로 내리막길이 있었는데, 이쯤 되니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런 고강도 하이킹을 하기엔 무릎이 너무 약했다. 다른 근육이나 발목은 멀쩡했는데, 무릎이 아파서 제대로 걷기 힘들었다. 거의 마지막 2~3km를 남기고선 거의 이를 악물고 참으며 걸었다. 발목까지 잘 잡아주는 등산화를 신고 갔는데, 만약 일반적인 하이킹화를 신었다면 무릎 대신 발목이 나갔을 수도 있겠다. 암튼 마지막 1km는 정말 지옥이었다. 어차피 마을로 내려가야 하니, 포기할 수도 없었다. 참으며 천천히 내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완주!

겨우 금계에 도착했다. 식사/휴식 시간 제외하고 총 6시간 40분이 걸렸고, 총 22.77km를 걸었다. 평지도 아닌 산길을 7시간 동안 걸었으니, 평소 놀고먹던 무릎이 고장 나는 건 당연했다.



4시 45분 버스를 타야 하는데, 마침 15분 전에 도착하여 잠깐 쉴 수 있었다. 버스 시간표에는 4시 45분 버스는 다른 곳에서 승차하라고 적혀있는데, 근처 식당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그냥 거기서 타면 됐었다. 어차피 마천에서 내려서, 인월 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마천까지 5분 정도 걸렸고, 내리는 곳에서 기사 아저씨가 저 앞에 있는 저 버스 타야한다고 알려주셔서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뛰어가서 인월행 버스를 잡았다. 15분 정도 달려서 인월에 도착했다. 힐링센터 간다고 하니까 버스정류장이 아닌데도 세워주셨다. 내려서 조금 걸으면 차를 댔던 그 주차장이 나온다.
차에 도착하자마자 백팩 집어던지고 등산화부터 벗었다. 발바닥에 살짝 물집이 잡히긴 했지만, 무릎 아픈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평소에 운동도 많이 안 하다가 난이도 상 3코스에 무턱대고 덤볐다. 완주는 했으나 무릎을 잃었다. 며칠 쉬면 낫긴 하겠지.
이후 담양에서 이틀 더 머무르며 쉬다가 청주로 돌아왔다. 아직 무릎이 살짝 불편하지만, 거의 다 회복되었다. 하이킹 초반에는 계절마다 와서 3코스 걷자고 했는데, 아마 당분간 지리산 근처엔 안 오지 싶다. 물론 다시 온다면 하체를 충분히 단련시킨 후에 도전하지 싶다. 올해 가을쯤에 멋진 단풍을 즐기며 다시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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