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9.

[오토캠핑] 공주산림휴양마을 캠핑, 편백나무 목욕탕, 산성시장 잔치국수, 공산성

화요일(한글날) 휴일을 맞아 패기 있게 월요일에 연가를 쓰고,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2박 3일 캠핑을 다녀왔다. 여자친구네 학교는 월요일 재량 휴업이라 가능. 이것도 참 복이라면 복이다. 눈치 크게 안 보고 징검다리 연휴에 놀 수 있는. 2박 3일로 길게 가는 대신 가까운 곳을 찾아보다가, 공주 산림휴양마을 야영장을 찾아 예약했다.
휴양마을 내 숙박시설로는 숲속의 집, 휴양관, 야영장 등이 있고, 야영장은 1박에 3만 원. 보통 장작 사용 가능하고 온수 나오는 사설 캠핑장이 3만 원 정도 한다. 여긴 공주시청에서 관리하는 것 같은데, 국립공원 휴양림이나 국립공원 야영장에 비해선 꽤나 비싼 편이다. 2박이니 6만 원을 입금했다. 요즘 웬만한 캠핑장은 인터넷으로 빈자리 찾아서 예약할 수 있다.

첫째 날


출발 당일 오전, 장작을 어디서 사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 봤더니, 장작을 사용할 수 없단다. 아차... 이걸 확인을 안 하고 예약했네. 전화로 문의했더니 역시나 산불 위험 때문에 장작 사용 불가. 캠핑의 목적은 '허가된 불장난'인데... 여자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엄청 실망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30% 제하고 환불받아 딴 곳에 가느니 일단 가 보기로 했다.
집에서 휴양마을까진 1시간. 중간에 세종이 있어, 세종 이마트에서 장을 봤다. 장 보기 직전에 밥을 먹는 바람에, 군것질거리를 전혀 사지 않았다. 밤늦게 입이 궁금해서 미칠 뻔했지. 장 보고 도착해선 입장권 받고, 800원 주고 쓰레기봉투 사서 자리를 잡았다. 주차장과 캠핑 사이트 거리가 멀어, 우선 최대한 가까이 차를 데고 짐을 내린 다음 차를 주차장으로 다시 옮겼다. 두 사람이 두 번씩만 옮기면 되니 그리 힘들진 않았다. 사이트 바로 옆에 차를 델 수 있으면 짐 옮길 때 편하긴 하지만, 사진 찍을 때 캠핑장 느낌이 안 나기도 한다.



우리 자리는 20번. 야영장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텐트 5~6개 정도만 있었다. 4인 가족이 많았다. 차라리 애들 딸린 가족이 조용한 편이다. 낮에 열심히 놀고 밤에 일찍 자거든. 지난번 캠핑 때 옆자리였던 두 커플은 지금 생각해도 욕이 나온다. 늦게 와서 늦게 텐트 치고 늦게까지 술 먹고 새벽 2시까지 떠들어댔으니.. 에효



텐트를 다 치고 잠시 쉬었다가 바로 저녁을 준비한다. 첫날 저녁 메뉴는 스테이크에 와인. 햇반과 치커리, 버섯은 사이드.



화로에 장작을 쓸 수 있으면 직접 숯을 만들어 기름 쫙 뺀 스테이크를 먹는데, 없으면 없는 대로 프라이팬에 스테이크를 굽는다. 남미 배낭여행 다닐 때 기회만 되면 마트에서 소고기 사다가 스테이크 해 먹어서 프라이팬 스테이크는 자신 있다.



소고기 200g에 햇반, 사이드 곁들여 둘이서 와인 1/3병 정도 비웠다. 그렇게 1차(?) 저녁을 해치웠는데도 아직 해가 안 져서, 소화시킬 겸 산책했다.



분수도 있고, 산책로가 제법 괜찮다. 다만 며칠 전 다녀간 태풍 때문에 온갖 나뭇가지와 도토리, 나뭇잎이 바닥에 뒹굴고 있어서 좀 어수선했다.



어느덧 해가 졌고, 장작불을 피울 수 없었기에 최대한 따뜻하게 껴입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장작불 없는 캠핑은 아닌 것 같다. 화로에서 불장난하면 따뜻하고 재밌는데.. 힝



야식으로 사 온 등갈비를 먹으면서 볼 게 없어서, 와이파이를 찾아 나섰다. 야영장에선 신호가 전혀 안 잡히고, 휴양관 건물 근처에서 와이파이 신호를 발견하여 거기다 차를 데고 예능 하나와 영화를 다운로드했다. (볼 거는 노트북에 미리미리 담아 갑시다.) 등갈비는 급히 먹느라 사진을 못 찍었네. 야식까지 먹었는데도 뭔가 입이 계속 궁금했다. 입은 간절히 과자를 원했지만, 10시간 전 우리는 배가 너무 불러 마트에서 과자를 살 생각을 못 했다. 별 수 있나, 일찍 자야지 뭐.

둘째 날




아직 전기장판 + 침낭 조합으로 견딜만하다. 침낭은 무조건 따뜻한 걸로.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와 앉은 풍경인데, 나무밖에 안 보여서 좋다. 다른 캠핑장은 바로 앞에 도로가 있거나, 남의 집 텐트가 보이기도 하는데, 여긴 경사지에 야영장이 조성되어 있어 각도만 잘 잡으면 뷰가 좋다.
일어나자마자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처음 시도하는 유부초밥. '나 혼자 산다'에서 대배우 이시언이 혼자 만드는 모습을 보고 도전. 마트에 유부초밥용 유부 세트가 종류별로 많았다. 2인용으로 구입.



의성마늘햄 슬라이스도 20장 구웠다. 밥엔 야무지게 참치까지 넣어서 단백질 보충.



얼큰하게 된장찌개와 묵은지와 함께 먹으면 진짜 꿀맛이다. 순식간에 해치웠다. 앞으로 아침 메뉴로 자주 등장할 조합이다.



아침을 먹고 나서야 제대로 된 텐트 사진을 찍었다. 3년째 잘 쓰고 있는 텐트. 입식으로 생활할 때는 거실이 좁아서 더 큰 텐트로 바꿔야 하나 고민도 했다. 최근 좌식 스타일로 바꿨는데, 짐이 줄면서 거실 공간에 여유가 생겼다. 앞으로 계속 써도 되겠다.



휴양마을 안에 목재문화체험장이 있는데, 지하 1층에 편백나무 목욕탕이 있다. 숙박객은 무료로 1회 이용할 수 있다. 캠핑장에서 뜨거운 물 샤워도 감지덕지인데, 목욕탕이라니! 그것도 편백나무라니!! 아침 먹고 세면도구 챙겨 목욕하러 나섰다. 1층 사무실에 입장권 제출하고 키와 수건을 받아 지하 1층으로 들어간다.



탕은 요거 두 개가 전부다. 여탕엔 세 개가 있다고 한다. 온도가 다른데, 큰 탕이 적당히 뜨끈해서 피로 풀기 딱 좋다. 아무도 없어서 내부 사진도 찍고, 수영도(?) 하고, 누워도 있었다.



아무도 없는 목욕탕에서 편백나무 향 맡으며 가만히 누워 저 멀리 하늘을 보는데,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캠핑 와서 목욕이라니...



목욕탕은 정말 작았지만, 사물함과 화장실, 화장대, 심지어 드라이어까지 있었다. 여긴 진짜 무조건 또 와야지. 캠핑이든, 숲속의 집이든.

점심은 밖에서

캠핑장 왔다고 모든 식사를 직접 해 먹을 필욘 없지. 더군다나 2박 3일 일정이면, 둘째 날 낮엔 근처 맛집 찾아서 먹고 와도 좋다. 마침 공산성 시장에 잔치국수 전문점이 있다고 하여, 찾아갔다.





도착했더니 10명 정도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데 갈까 하다가, 얼마나 맛있겠냐 싶어 줄을 섰다. 줄은 금방 사라졌고,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하나씩 시켰다. 양은 제법 많았다. 국물도 적당히 구수하고 맛있었다. 옆 테이블에서 시킨 대짜는 나는 다 못 먹을 것 같은 양이었다. 메뉴도 세 개가 끝. 콩국수는 여름에만 하니까 결국 두 개. 월요일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인데도 손님이 바글바글했다. 공주 지나갈 일 있으면 다시 들러서 먹고 싶을 것 같긴 하다.



배불리 먹고 저녁거리로 불고기 사서 들어오는 길. 노란색이 맘에 들어 차를 세워 커피 한잔하고 갔다. 노인 일자리 지원 사업으로 생긴 카페 같은데, 나이 지긋하신 분이 맞아주셨다. 가격도 저렴해서 아메리카노 2천 원, 매실차 3천 원.



손님이 없어 사랑받아 같은 곳에 앉아 안뜰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젯밤에 그렇게 찾던 와이파이도 잘 터져서, 저녁 먹으면서 볼 것도 좀 다운로드하고. 나중에 늙어 이런 한옥에 카페나 운영하면 소원이 없겠다.



예능 보면서 저녁 준비. 춥고 장작불도 없는데 텐트에 거실까지 없으면 캠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거실로 들어가 문 닫고 햇반 데우고 전골 끓이면 제법 훈훈하다. 바닥에 돗자리 깔고 전기장판까지 고온으로 틀어주면 금상첨화. 불고기에 소주 한잔하고, 남은 와인 다 털어 마시고 일찍 잠들었다.

셋째 날



화장실 지붕도 편백나무인가? 화장실에 나무 향 좋은 건 또 처음이다.
일어나서 진라면 끓여 치즈 두 장 넣어 먹었다. 확실히 캠핑 초반엔 사진을 많이 찍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캠핑에 몰입해서 사진을 덜 찍게 된다. 글도 초반엔 야심 차게 쓰다가, 뒤로 갈수록 문단 길이가 짧아진다.
내일이 평일인데 오늘 캠핑하러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홈페이지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우리 사이트엔 다음 예약 손님이 없다. 체크아웃 천천히 해도 된다는 뜻이지. 느긋하게 아침 먹고, 설거지하고, 쉬엄쉬엄 짐을 챙겼다. 차에 모든 짐을 다 실어놓고, 뜨거운 물 콸콸 틀어 샤워했다. 온도도 수압도 환상적이다. 아니 무슨 캠핑장에 온수가 이렇게 잘 나와... 집에서 드라이어를 챙겨와서 머리까지 바짝 말리고 앉으니 나른하니 딱 좋았다.



야영장에서 마지막 일정은 레몬 생강차 마시기. 차 마시며 2박 3일을 되돌아봤다. 장작 놀이 못한 것 빼곤 모두 완벽했다. 만족하며 마지막 짐을 차로 옮기는데, 컵 안에서 레몬 생강차를 탐미하던 벌이 여자친구 손바닥을 쐈다. 그 벌은 밟아 죽일 수밖에 없었지. 다행히 조금 붓고 말았다.
공산성



처음엔 공산성 앞에 육회 비빔밥 먹으러 갔는데, 사람들이 공산성에 바글바글하길래 우리도 가봐야겠다 싶어 비빔밥 먹고 바로 산성으로 올라갔다. 비빔밥은 12,000원, 평범했다.



산성이 제법 높아 올라가는 길 운동도 되고, 올라가서 경치도 좋았다.



뒤편엔 막 이런 우물도 있었고. 저 뒤가 금강이다. 금강 너머가 신시가지(?), 이쪽이 구도심. 점심 먹고 소화시키며 둘러보기에 딱 좋은 코스다.



공산성 한 바퀴 돌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역시 데이트는 자연 속을 걷는 게 최고다. 여행을 자주 다닌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남들이 많이 가는 곳은 안 가본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텐데. 앞으론 어딜 가든 좀 더 구석구석 찾아다녀 보기로 했다. 아 물론 최대 목적은 맛집에서 맛있는 거 많이 먹는 것이다. 그다음 목적은 더 먹기 위해 빨리 소화시킬 수 있는 곳 구경하기...
먹기 위해 운동한다는 말이 이제 좀 이해가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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