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7.

[미니멀리즘] 만년필을 샀다 버렸다 같은 걸 다시 샀다.

처음 미니멀리즘을 접했을 땐 다소 극단적이었다. 집에 워낙 짐이 많아서, 버리는 즐거움에 중독되어버렸다. 굳이 버리지 않아도 되는데 깊이 생각하지 않고 버린 물건도 많다. 그중 하나가 만년필이다.
필기구는 이미 사무실에 볼펜 수백 개로서 충분했다. 그럼에도 번거로운 만년필을 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잉크를 넣고, 한 자 한 자 천천히 제대로 쓰면서 집중하게 하는 만년필의 특성이 오히려 글씨를 쓰는 동기와 즐거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 실천 초창기에 만년필을 버릴 땐 그 과정적 즐거움을 잊었다. 단순한 도구적 기능만 보고 '글쓰기 편한 볼펜 많으니 불편한 만년필은 필요 없겠네.'하고 버리고 말았다. 편의성만 고려했던 것이다. 살 때와 마찬가지로 버릴 때도 심사숙고해야 하는데, 당시의 난 즉흥적이었다.
그래서 결국 같은 만년필을 다시 샀다. 산 이유는 처음 샀을 때와 같다. 글도 잘 쓰고 싶고, 글씨도 잘 쓰고 싶다. 더 잘 쓰기 위해, 더 쓰기 어려운 만년필로 쓴다.
시행착오를 한 번 겪었으니, 다시 버릴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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