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5.

[일기] 잘 하던 일을 못 하게 되다


외국어 고등학교 1~2학년 때 영어보다 중국어를 더 많이, 열심히, 즐겁게 배웠다. 3학년 되기 직전에, 영어보다 중국어를 더 잘 했다. 대학교 영어교육과에 가면서 중국어를 놓았다. 그렇게 외면한 세월이 15년이다. 중국어를 다시 잘 하고 싶다. 그래서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15년의 공백은 꽤 크다. 다행히 듣기 능력과 발음은 남아 있었다. 읽기와 쓰기는 갈 길이 멀다.
대학원 졸업시험 볼 때 열심히 손으로 글씨를 쓴 이후, 99%의 글은 키보드와 아이폰으로 쳤다. 손글씨는 택배 송장과 연애편지가 전부일 테다. 고등학생 시절엔 글씨를 잘 썼다. 지금은 어쩌다 한 번씩 쓰려 하면, 마치 근육이 모두 사라진 느낌이다. 손가락을 섬세하게 조작하는 근육은 실제로도 조금 사라졌으리라. 매일 키보드&아이폰 자판만 두드려대니. 지금 이 글도 마찬가지고.
어제 우연히 전신 거울에서 내 옆모습을 봤는데, 몸에 전반적으로 근육이 없다. 이제 수영만으론 탄탄한 몸을 유지하기 어려운 나이가 되었다. 근육의 크기를 키우는 운동을 따로 하지 않으면, 점점 왜소해질 것만 같다. 내가 이렇게 말랐구나. 웨이트 운동이 필요하다.
잘 하던 중국어를 잊었고, 잘 쓰던 손글씨는 너무 낯설고, 아직은 쓸만하지 했던 내 몸매도 이젠 실망스럽다. 잘 하던 일을 못 하게 되는 게 곧 늙는 것이겠지. 뇌도 안 쓰면 치매에 걸리듯. 회복하고 싶다. 영어는 원래 잘 하지 못했으니, 미련이 없지만 중국어는 다시 잘 하고 싶다. 손글씨도 다시 잘 쓰고 싶다. 몸도 더 탄탄해지고 싶다.
갖고 있던 능력을 최근 몇 년 간 그냥 놓아주며 살았다. 이제 다시 부여잡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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