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비싼 카메라를 사기 꺼려지는 이유



정보를 얻는 경로가 블로그(글+사진)에서 팟캐스트로, 유튜브로 넘어가고 있다. 요즘 웬만한 정보는 유튜브에 검색하면 다 나온다. 요즘 학부생들은 블로그는 거의 안 하고, 인스타그램을 하며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본다. 식당에서 부모들은 어린 자식들이 떠들지 못하게 유튜브를 틀어주고 보게 한다. 스마트폰과 유튜브 덕분에 영상의 생산과 저장, 공유가 급격히 쉬워졌다. 글보다 영상이 훨씬 익숙한 시대가 왔다. 이런 경향은 점점 빨라지겠지.

난 글이든 영상이든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도 하고 싶다. 수동적으로 정보만 습득하는 게 아니라, 어떤 매체가 됐든 능동적으로 나를 표현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매일 블로그 글쓰기도 생산자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훈련이다. 사진도 어찌 됐든 꾸역꾸역 찍고 있다. 문제는 영상이다.

최근 있는 장비(아이폰, 액션캠)로 이것저것 찍고, 편집하고, 유튜브에 올려보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생산할 콘텐츠가 없어서 정체기를 겪고 있다. 사실 콘텐츠가 문제인데, 장비에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글이야 별다른 장비가 없어도 쓰는 데 문제가 없지만, 영상은 장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사진이든 영상이든 소니 A7 III 같은 고급 기종으로 촬영하면 뭔가 더 멋진 영상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현실은 물론 다르지). 그래서 가격만 수차례 조회했지만, 결국 사지 않았다. 결국 투자 가치의 문제다. 장비에 투자한 만큼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일까? 어떤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가?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비싼 카메라를 사는 일은 '소비' 아니면 '투자'다. 취미 사진을 찍는다면 소비에 불과하다. 혼자 만족할만한 사진/영상을 만드는 일 외에 그 비싼 카메라로 다른 가치를 창출하긴 어렵다. 반면 수익으로 연결되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면, 비싼 카메라 구입은 '투자'다. 좋은 장비에 투자할수록, 콘텐츠의 질도 높아지고, 수익 향상에 영향을 줄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콘텐츠가 중요하다.)

결국 사진/영상을 취미로 하느냐, 직업으로 하느냐의 문제인데, 창작에 올인하기엔 계약직 공무원 신분이 걸림돌이다. 그만두고 '전업 유튜버'가 되기로 한들, 지속적으로 생산할 콘텐츠가 없으면 그냥 백수 취미 놀음에 불과하다. 현재 상황에서 비싼 카메라 구입은 '과소비'일 뿐이다. 살 돈이 있지만, 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투자가 아니라 과소비기 때문. 투자라 하더라도 투자 대비 수익이 확실치 않은데, 단순히 과소비라니. 안 사는 게 맞다. 사고 싶은 마음을 논리로 제어해야 한다. 우선 있는 장비로 뽑아낼 수 있는 최상의 퀄리티를 뽑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

결론은 콘텐츠다. 인절미를 찍는 카메라가 좋아서 인절미가 인스타그램 스타가 됐는가? 아니지, 인절미 자체가 양질의 콘텐츠이기 때문에 장비에 상관없이 스타가 될 수 있었다. 글을 쓰다 보니 결론이 콘텐츠 쪽으로 나왔네.

카메라를 살지 말지 고민할 게 아니라, 어떤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가를 더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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