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10.

[R1150GS] 모토 캠핑 @용화산 자연휴양림

NC 카페에 뜬 모토 캠핑 공지. 날짜를 보니 일정이 없다. 춘천? 강원도면 좀 멀겠네. 선착순 15명 제한? 좀 많지만 나쁘지 않군. 먼 거리라 포기할까 하다가, 날씨 좋을 때 충분히 즐겨야 나중에 후회가 없겠다 싶어 가기로 결정했다.
실로 오랜만에 가는 모토 캠핑. 따져보니 작년 8월 검마산 자연휴양림 모토 캠핑 이후 첫 캠핑이다. 1년에 한 번이구나. 장거리 캠핑 편하게 다니려고 큰 오토바이 샀는데... 너무 적게 갔다.
캠핑장 가면 작은 의자는 필수니, 의자도 하나 사고, 설레는 마음으로 짐을 챙겼다.



카카오 네비로 길을 찾아보니, 용화산 자연휴양림까지 편도 217km. 춘천 시내 닭갈비집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하니, 일단 거기까지 열심히 달려보기로 했다. 닭갈비집에 11:30까지 도착해야 하고, 네비에 찍히는 시간이 3시간 반이니, 아침 8시에 출발. 날씨는 정말 좋다.



오전엔 제법 쌀쌀하여, 중간에 멈춰 긴 티를 껴입고, 머플러를 썼다. 달리다 지쳐 기름도 넣을 겸 용문이란 동네에서 쉬어간다. 여기까지 안 쉬고 133km. 헬멧이 약간 조이는 편이라 너무 오래 안 쉬면 두통이 생긴다. 하나로마트에서 식혜 하나 마시고, 다시 출발. 강원도 국도는 시골길이 많아 경치가 좋지만 방지턱도 많다.



마저 달려 닭갈비집에 도착. 거의 1등이다. 일단 부츠와 재킷부터 벗는다. 슬슬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한다. 햇살도 강해졌다. 강원도라 그런가? 마치 페루에서 맞았던 햇살처럼 볕이 따갑다.



곧이어 몇 분이 도착. 우선 먼저 테이블 잡고 먹기 시작했다. 양옆으로 다른 닭갈비집도 있는데 장사가 영 안 되는 모양. 아줌마가 나와서 호객하고 있으면 맛없고 장사 안 되는 집이라 보면 된다. 거의 맞더라.




닭갈비는 청주에서 먹나 부산에서 먹나 춘천에서 먹나 똑같다. 오히려 좀 싱거워서 별로였다. 볶음밥도 살짝 태워 바삭하게 주긴 하지만, 여전히 평이하다. 그래도 양 하나는 많아서, 배불리 먹었다. 식사 중 다른 일행도 모두 도착했다. 다 함께 장을 보고,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오랜만에 하는 대열 주행. 일명 떼빙(떼로 다니는 드라이빙). 난 느긋하게 리어(맨 뒷자리)를 보는 게 좋다. 뒤에 누가 있으면 신경도 쓰이고... 차선 바꿀 때 공간 확보해주는 재미도 있다. 물론 번호판 찍힐 확률도 제일 높지.

국립 용화산 자연휴양림에 도착. 바이크를 세우고, 짐을 들고 계곡을 건너면 데크가 마련되어 있다. 먼저 들어오신 분들이 아래쪽에 자릴 잡았고, 난 센다님과 맨 윗자리로 갔다. 조용한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다리에서 내려다 본 계곡 풍경. 물이 적었지만, 워낙 산골이라 그런지 맑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자연, 계곡, 높은 나무.



짐을 다 옮기고, 텐트를 치기 전에 야전 침대부터 펴서 누웠더니 펼쳐진 풍경. 일단 땀을 좀 식힌다. 텐트는 해지기 전에만 치면 된다. 도착하자마자 텐트를 치면 땀이 나서 별로다.




다들 자기 자리를 잡으면 대화가 시작된다. 주로 바이크, 투어, 캠핑, 장비 이야기. 이번 캠핑 주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기'라서, 나도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물론 대화도. 주로 들었다. 언젠가부터 말이 많은 게 딱히 좋지 않다고 여긴다.



이번에 찍은 유일한 셀카. 다래끼는 아닌데 왼쪽 눈이 부었다. 몇 주 전부터 왼쪽 눈에 난시가 심해졌다. 안경점에 가니 근시가 좋아지고 난시가 심해졌는데, 짧은 기간에 변화가 커서 병원에 가보라 한다.




치킨과 함께 맥주를 마시다, 삼겹살과 함께 소주를 마신다. 캠핑에서 치맥은 사친데. 난 주로 점심은 가는 길에 해결하고, 저녁은 삼겹살 300g, 햇반 하나, 막걸리 반 병으로 때운다. 뭐, 저녁은 비슷하긴 하네.
조용한 걸 좋아하는 나와 센다님은 후딱 먹고 일찍 잠들었다.





산속 계곡 옆에서 맞는 아침은 뻐근하면서도 상쾌하다. 평소 침대에서 자다 야전침대에서 자니 몸은 좀 불편해 뻐근하고, 공기는 좋아 머리는 맑다. 아침잠 없는 분들은 진작에 일어나서 수다 중이다. 케이 님께서 모닝커피를 내려주셨다. 어제도 손수 커피를 내려주셨는데, 맛이 끝내줬다. 커피는 역시 산중 핸드드립이지. 정말 사치 중에 사치였다. 보통 맥심 모카골드 하나 챙겨와서 코펠 냄비에 끓여 마시는 게 다인데. (케이님 고맙습니다)




꿀잠을 보장하는 미군 침낭. 저것만 있음 영하에서도 문제없다. 자면서도 더워 긴 바지를 벗을까 몇 번 고민했다. 역시 캠핑은 장비빨. 특히 침낭엔 돈을 아껴선 안 된다. 5년 전에 40만 원 정도 주고 산 듯.



캠핑 이틀째 아침은 무조건 라면이다. 햇반은 사치다. 난 너구리가 좋은데, 삼양라면밖에 없다. 너구리 아님 진라면 매운맛. 남은 김치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다. 곧 출발할 거니까.



이틀 동안 식수원이 된 계곡 웅덩이. 안 죽겠거니 하고 계속 마셨는데, 다행히 괜찮다. 저 물로 양치도 하고 세수도 하고 라면도 끓이고...



아침을 먹었으니 슬슬 집에 가야지. 문제는 쓰레기. 인원이 많은 만큼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 일회용품을 안 쓰면 되는데, 그러려면 각자 코펠과 그릇과 수저를 챙겨와야 한다. 그게 쉽진 않다. 한가득 나온 쓰레기를 분리수거장까지 갖다 놓고 다시 올라와서 출발 준비. (대화 포함) 아무것도 안 하는 바람에 오신 분들과 친해지지 않았지만, 괜찮다. 1년에 한두 번씩 뵙다 보면 언젠간 친해진다. 꼭 다 친해져야 한다는 법도 없고. 억지로 친해질 필요도 없고. 마음 가는 대로.



여러 번 다니다 보니 이제 짐은 쉽고 효율적으로 싼다. 역시 월드 투어러야. 좀 무겁긴 하지만, 딱 내 체력에 맞게 달려준다. 니가 힘들면 나도 힘들다.



머리가 아프다. 어쩌다 보니 또 용문쯤에서 쉬어간다. 편의점 아이스커피면 충분하다. 한참을 쉬다, 화장실 갔다 다시 출발.



이천을 조금 지나 사람이 많은 식당에서 막국수 한 그릇 했다. 아직 70km 남았다. 남은 도로는 넓고 뻥 뚫려서 금방 가겠지. 결국 15:30에 집에 도착. 10:30에 출발했으니, 5시간 걸렸네. 중간에 기름도 넣고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고. 그래도 멀긴 하다. 빨리 달리는 바이크가 아니라, 별 수 없다.
이렇게 처음이자 마지막 모토 캠핑이 끝났다. 남은 가을엔 여자친구와 오토캠핑만 다닐 것 같다.
바이크 타고 목적지까지 갔고, 가서 아무것도 안 했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안 해서 좋았다. 다른 할 말도 딱히 없다. 아무것도 안 해서 좋다. 이런 컨셉의 캠핑 좋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