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굶주린 사피엔스

사냥감을 찾아 며칠 동안 사바나 초원을 방황한 끝에, 드디어 돼지 한 마리를 발견했다. 다행히 놈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저놈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나와 가족이 며칠을 굶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신중히 바람의 방향을 살피고, 돼지가 내 냄새를 맡지 못하게 바람을 마주 보며 서서히 접근한다. 소리를 내서도, 빨리 움직여서도 안 된다. 온몸의 감각에 집중해야 한다. 들켜서 놈이 달아나 버리면, 다시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 나와 내 가족은 굶어 죽겠지. 충분히 다가갔다. 창을 던져야 할 때다. 기회는 오직 한 번. 집중해야 한다. 한 번에 급소를 맞춰야 한다. 강하고 정확하게. 그동안 연습한 대로. 모든 정신을 창 던지기에 집중한다. 다른 것은 생각나지 않는다. 아니, 생각해선 안 된다. 오로지 창에 집중한다. 심호흡 크게 두 번. 두 눈을 부릅뜨고, 발돋움 몇 번 후, 있는 힘껏 창을 던졌다.
저 배고픈 사피엔스가 창 던지기에 충분히 집중했다면, 운 좋게 돼지를 잡아 온 가족이 배부른 식사를 했겠지. 하지만 옛 여자친구 생각을 하며 창을 던졌거나, 친구에게 빌려준 도끼 생각하며 창을 던졌다면, 창은 돼지를 빗나가고 결국 온 가족이 굶어 죽었을 수도 있다.

생존을 위한 선택과 집중

수렵채집 시절에 식량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인류 조상은 생존하기 위해 한 번에 하나에만 집중해야만 했다. 사냥할 땐 사냥에만 집중, 채집할 땐 채집에만 집중, 불 피울 땐 불 피우기에만 집중, 연애할 땐 상대에게만 집중! 하나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사피엔스는 생존에 가장 중요한 일 한 가지만 선택하고 그것에만 집중하는 사피엔스에 비해 생존에 불리했을 것이다. (물론 너무 집중하여 자신에게 다가오는 맹수를 발견하지 못해 죽는 경우를 막으려면, 쉽게 주의가 분산되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할 수도 있다.)

다중작업은 효율이 낮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방식을 뜻하는 다중작업(Multi-Tasking: 멀티-태스킹)은 '선택과 집중'과 거리가 멀다. Windows나 macOX같은 컴퓨터 운영체제는 다중작업을 지원한다. 파일을 내려받으면서 음악을 재생하고, 동시에 워드프로세서를 실행한다. 우린 다중작업을 지원하는 기기를 사용하면서 자신도 다중작업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겉으로 보기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니까. 하지만 인간은 어느 하나에 집중하면, 나머지에는 신경을 온전히 쓰지 못한다. 난 팟캐스트를 자주 듣는데, 샤워나 청소같이 단순한 일을 할 때 들은 팟캐스트는 내용이 거의 다 귀에 들어오지만, 글을 읽거나 쓰는 동안에 들은 팟캐스트는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 뒤로 돌려서 다시 듣곤 한다. 친구와 이야기할 때 스마트폰을 붙들고 화면만 바라보고 있다면, 대화에 집중할 수 없다. 인간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어느 하나에 제대로 집중하면, 다른 부분에 집중할 여력이 부족하다. 다중작업은 결국 어느 하나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며, 모두 대충대충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운전 중 다중작업 = 음주

자전거를 타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며 음악/라디오를 듣거나, DMB를 시청하거나, 심지어 스마트폰을 보는 경우도 모두 다중작업이다. 위험 요소가 없는 사막에선 상관없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일반 도로에서, 운전하는데 모든 집중력을 다 쏟아부어도 사고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운전 중 스마트폰까지 사용한다면?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음주운전보다 반응시간이 더 늦다고 한다. 결국, 운전 중 다중작업은 자신과 타인의 생존을 위협한다. 오직 운전에만 집중해야 위험한 도로에서 생존할 확률이 높다는 점은, 굶주린 사피엔스가 오직 사냥에만 집중해야 야생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는 것과 같은 원리다.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 없애기

다중작업을 포기하고 집중할 작업을 선택했다면,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어야 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여기저기서 온 전화, 메시지, 옆 방에서 나는 음악 소리 때문에 흐름이 몇 번 끊겼다. 흐름이 일단 끊기면, 다시 집중하는 상태로 돌아가는데 별도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래서 뭔가에 집중하고 싶다면,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를 미리 제거해야 한다. 글쓰기를 예로 들면 주변 조명을 어둡게 하고, 휴대전화를 끄고, 귀마개를 하는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오직 글쓰기에 집중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시야에 들어오는 쓸데없는 물건을 없애는 방법도 매우 유용하다. 나는 집이든 사무실이든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여 모든 일에 집중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했다.
다중작업은 환상이다. 단일작업(Single-tasking:싱글-태스킹)은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효율이 높다. 중요한 한 가지 일만 선택하고, 오직 그 일에만 집중하자. 남는 시간은 더 소중한 일에 집중하는 데 사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