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미니멀 라이프

며칠 전 (친한) 외국인 강사에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중이라고 얘기했더니, 약간 비꼬면서
"무슨 미니멀리스트가 바이크가 두 대에, 고양이도 두 마리나 키워?"
라고 얘기했다. 사실 그렇게 말할 법도 하다. (바이크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미니멀리스트가 애완동물을 키우다니? 그것도 두 마리나?? 미니멀리즘과 반려동물은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나와 함께 사는 고양이들은 사실 미니멀 라이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나는 한때 맥시멀리스트였다. 취미도 많았고, 좁은 집에 물건도 많았다. 책장이나 침대, 옷장, 스피커 등 쓸만한 물건은 집에다 갖다놓았다. 인간 하나와 고양이 둘이 살기엔 충분히 넓은 집이지만, 짐이 많아서 항상 좁게 느껴졌다. 고양이들은 마음 놓고 뛰어다닐 공간이 없었다.
주인이 맥시멀리스트면, 고양이도 자동으로 맥시멀리스트가 된다. 캣타워는 기본이고 각종 장난감, 스크래처가 여러 개 생긴다. 택배 박스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고양이가 좋아하겠지', '들어가서 놀겠지'하는 생각에 집 여기저기에 박스를 둔다. 그리고 그 박스엔 먼지와 털이 쌓인다.
주인이 게으르기까지 하면 큰일이다. 고양이 화장실에 있는 똥과 오줌을 제때 버리지 않으면, 집 안 전체에 하수구 냄새가 나기에 십상이다. 앞발로 자기 똥을 모래로 덮을 때 발생하는 먼지도 엄청나다. 제때 닦아주지 않으면 여기저기 뽀얗게 쌓였다가, 결국 고양이와 내 코로 다 들어간다. 바닥에도 화장실 모래가 굴러다닌다. 고양이와 인간은 그 모래를 집안 구석구석으로 옮기며, 결국 바스러져 먼지가 된다. 그 먼지는 고양이가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뛰어다니며 공기 중으로 날려 보내고, 다 함께 마신다. 이게 올해 초까지 나와 고양이의 일상이었다. 고양이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더럽고 지저분한 삶. 나와 고양이 건강에 매우 안 좋은 환경이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집 안의 쓸데없는 물건이 사라졌다. 그 중엔 고양이 장난감도 포함되었다. 고양이 처지에서도 처음 본 장난감은 즐겁게 갖고 놀지만, 조금 지나면 실증 나기 마련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안 쓰는 장난감이 생긴다. 주인은 자기 돈 주고 사줬으니 고양이가 그 장난감을 갖고 놀아주길 원한다. 하지만 사람도 안 쓰는 물건을 집에 그냥 내버려두는데, 고양이라고 다르랴. 결국 안 쓰는 장난감은 다 버렸다. (들어가주길 원하는) 종이 박스도 다 버렸다. 고양이가 실제로 사용하는 물건만 남겼다. 캣타워와 스크래처가 전부다. 방을 굴러다니는 장난감은 하나도 없다. 화장실도 세 개에서 하나로 줄였다. 화장실이 더러우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다른 깨끗한 화장실이 필요하지만, 항상 깨끗하다면 하나면 충분하다.
물건이 사라짐으로써 집 안에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서, 요즘엔 둘이서 잘 뛰어다닌다. 10평 남짓한 작은 방이지만, 베란다부터 현관문까지 뛰면 제법 운동이 될 정도의 길이가 나온다. 어쨌든 우리 고양이들은 가끔 뛰어다니기 때문에, 바닥에 먼지가 있으면 안된다. 뛰어다니면서 다 공중으로 날리기 때문이다. 가끔 바닥에 엎드리거나 누워서 뒹굴 때도 있는데, 먼지가 많으면 털에 다 붙는다. 그리곤 침대 위로 풀쩍 뛰어올라와서 이불 속에 들어갔다, 이불을 밟았다, 베개를 밟았다 한다. 결국 고양이라는 존재는 바닥의 먼지를 집안 전체에 퍼뜨리는 존재다. 그걸 고칠 수는 없다. 결국 내가 먼지를 먹지 않으려면, 방을 깨끗이 치워야 한다. 방을 깨끗이 치우려면 청소가 간편해야 하고, 청소가 간편하려면 바닥에 불필요한 물건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고양이 덕분에, 방이 항상 깨끗해야만 하는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고양이는 그저 보고만 있어도 사랑스럽다. 그러다 가끔 애교를 부리거나, 미치도록 귀여울 때가 있다. 그럼 사진을 찍어서 보관하고 싶고,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런데 방이 더럽다면? 배경에 다 썩어가는 옷이 널부러져 있고, 사람 털과 고양이 털이 한데 엉켜있다면? 사진을 찍을 순 있지만, 공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귀여운 고양이와 함께 사는데, 사는 곳은 엉망진창 쓰레기장입니다."
를 광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전엔, 사진을 찍어놓고도 공유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언제 어디서 사진을 찍든 즉시 공유할 수가 있다. 쾌적한 환경과 귀여운 고양이라니! 최고 아닌가?
고양이는 내게 정말 소중한 존재다. 언제든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잠에서 깼을 때 내 다리맡에서 날 쳐다보고 있다. 가끔이지만 애교도 떨고, 일에 지쳐 퇴근했을 때 현관까지 마중도 나와있다. 항상 따뜻하고, 보드랍다. 그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고양이는 내게 가치있는 존재다. 그래서 난 고양이와 함께 한다. 둘째 고양이는 나 뿐만 아니라 첫째에게도 가치있는 존재다. 한 공간에 살아가는 같은 종으로서, 서로에게 위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 또한 행복하다. 첫째는 둘째와 나에게, 둘째는 첫째와 나에게, 나는 그들에게 소중한 존재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 미니멀리스트다.
미니멀리즘은 다 버리는 게 아니다. 내 인생에 가치를 더해주는 물건은 꼭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런 물건만 남겨야 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고,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나는 미니멀리스트다. 그리고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운다. 내게 소중하고 가치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난 우리 고양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방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겠다. 그래서 우리 셋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겠다. 우리 아이들이 요단강을 건널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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