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는 이제 그만, 이제 그만 정리할 때.
나는 교도소에서 경비교도대원으로 복무했다(공익근무 x, 육군 병장 만기 전역). 대부분의 군대가 그렇지만, 정해진 물건만 소유할 수 있었다. 그 물건의 수도 최소한이다. 구두와 운동화는 다 닳아야 새로 받을 수 있다. 다른 모든 의복과 생필품도 마찬가지다. 개인별로 최소한의 수량만 갖고, 다 쓰면 새로 받는 식이다. 애초에 가진 물건의 종류가 적고, 그 수도 적으니, 수납공간도 작은 관물대 하나면 충분하다. 그래서 모든 물건이 어디에 몇 개씩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한밤중에 눈 감고도 옷 갈아입고 근무에 나설 수 있다.
그때는 물건을 '정리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선임들이 습관적으로 '관물대 정리해라'고 하지만, 몇 개 되지도 않는 물건을 그저 제 위치에 놓기만 하면 된다. 애초에 쓰고 제자리에 뒀으면, 사실 정리라고 할 것도 없다. 가만 생각해보면, 군인이 진정한 미니멀리스트 같다. (강제적이지만) 꼭 필요한 물건만 최소한으로 소유하는.
소유한 물건 자체가 적으면 정리할 필요 없다. 그냥 물건마다 제 자리를 정하고, 쓰고 나서 그곳에 두면 된다. 책은 책장에, 옷은 옷장에, 그릇은 찬장에,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물건의 종류별로 그 수가 적으면, 정리할 필요 없다. 책장에 책이 다섯 권 있다면, 원하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으므로 책장을 정리할 필요가 없다. 옷장에 여름옷이 열 벌 정도만 있다면, 원하는 옷을 쉽게 찾을 수 있으므로 옷장을 정리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집에 책이 수백 권이라면? 옷장이 옷으로 가득 차 있다면? 일단 수납공간이 부족해서 물건이 제 위치에 들어가지 못해 겉돌 수 있다. 꾸역꾸역 제자리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수량이 많으면 원하는 것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우린 특정한 기준을 세우고 그것들을 '정리'하려 한다. 마치 정리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 착각하며. 찾는 시간을 아주 조금 단축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궁극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줄여야 달라진다. 물건의 종류를 줄이고, 수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 정리할 필요가 없어지고, 정리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정리하다'의 뜻 중에 '관계를 지속하지 아니하고 끝내다'라는 뜻이 있다. 우리가 보통 '인간관계를 정리한다'고 할 때의 의미다. 물건도 이런 의미로 정리해야 한다. 단순히 흐트러진 것을 질서 있게 정돈하는 정리가 아니라, 관계를 끊어버리는 의미의 정리가 필요하다.
정리는 이제 그만하고, 이제 그만 정리해 버리자.
그때는 물건을 '정리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선임들이 습관적으로 '관물대 정리해라'고 하지만, 몇 개 되지도 않는 물건을 그저 제 위치에 놓기만 하면 된다. 애초에 쓰고 제자리에 뒀으면, 사실 정리라고 할 것도 없다. 가만 생각해보면, 군인이 진정한 미니멀리스트 같다. (강제적이지만) 꼭 필요한 물건만 최소한으로 소유하는.
소유한 물건 자체가 적으면 정리할 필요 없다. 그냥 물건마다 제 자리를 정하고, 쓰고 나서 그곳에 두면 된다. 책은 책장에, 옷은 옷장에, 그릇은 찬장에,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물건의 종류별로 그 수가 적으면, 정리할 필요 없다. 책장에 책이 다섯 권 있다면, 원하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으므로 책장을 정리할 필요가 없다. 옷장에 여름옷이 열 벌 정도만 있다면, 원하는 옷을 쉽게 찾을 수 있으므로 옷장을 정리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집에 책이 수백 권이라면? 옷장이 옷으로 가득 차 있다면? 일단 수납공간이 부족해서 물건이 제 위치에 들어가지 못해 겉돌 수 있다. 꾸역꾸역 제자리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수량이 많으면 원하는 것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우린 특정한 기준을 세우고 그것들을 '정리'하려 한다. 마치 정리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 착각하며. 찾는 시간을 아주 조금 단축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궁극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줄여야 달라진다. 물건의 종류를 줄이고, 수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 정리할 필요가 없어지고, 정리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정리하다'의 뜻 중에 '관계를 지속하지 아니하고 끝내다'라는 뜻이 있다. 우리가 보통 '인간관계를 정리한다'고 할 때의 의미다. 물건도 이런 의미로 정리해야 한다. 단순히 흐트러진 것을 질서 있게 정돈하는 정리가 아니라, 관계를 끊어버리는 의미의 정리가 필요하다.
정리는 이제 그만하고, 이제 그만 정리해 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