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1.

미니멀리스트의 자산 관리

제목은 거창하게 '미니멀리스트의 자산 관리'라고 썼지만, 사실 난 자산이라 부를 만한 것이 거의 없다. 월급 통장에 있는 돈과 바이크 한 대가 전부다. 집은커녕, 전세도 없다. 보증금 200에 월세 20짜리 13평 시골 아파트에 살고 있다. 차도 없다. 잠깐 중고차를 탄 적이 있었지만, 엔진이 고장 난 후 폐차했다. 집안에 가구도 딱히 없다. 중고로 다 팔아봤자 50만 원 정도 될까? 아, 모터사이클이 있다. 내 보물 1호. 생산된 지 10년도 넘은 바이크라, 팔아봤자 얼마 되지 않는다. 이렇듯, 나이 서른둘에 정규직도 아니고, 집도 차도 쌓아놓은 돈도 없다. 그래도 이상하게 걱정이 안 된다.
예전엔 월급을 거의 취미활동에 다 쏟아부었다. 그러다 보니 월급날이 다가오면 통장에 잔액이 거의 없었다. 모터사이클, 수영, 사진, 여행 등 각종 취미를 다 즐기기에 내 월급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엔 취미도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수영은 이제 주말에만 가고 평일엔 집 안에서 운동하기로 했다. 모터사이클도 당분간 업그레이드 예정이 없다. 예전엔 1년에 한 대씩 바꿨지만, 지금 타고 있는 녀석은 2년 넘게 타고 있다. 장비도 새로 살건 없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필름 사진도 이제 거의 정리하고, 중고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여행은 데이트 겸 다니기 때문에, 따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렇게 살다 보니 통장에 조금씩 돈이 모이기 시작했다. 국립대 조교 월급이라고 해 봤자 (학력보다) 얼마 안 된다. 적은 월급에 원하는 것 다 하고 다니면, 남는 돈이 없다. 욕심을 줄이니, 통장 잔액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고정비용 없애기

의식적인 지출 외에도, 매달 나가는 고정 비용이 있다. 하나씩 따지면 얼마 안 되지만, 다 합치면 꽤 큰돈이 된다. 현재 내가 지출하고 있는 한 달 고정비용은 다음과 같다.
  • 월세: 200,000원
  • 관리비: 66,000원 (전기, 수도 포함)
  • 가스비: 15,000원
  • 휴대전화: 23,100원
  • 구글 드라이브: 2,510원 (사진, 파일 보관용)
아래는 내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항목이다.
  • 휴대폰 할부금 (일시불로 샀다.)
  • 각종 할부금 (신용카드를 안 쓴다.)
  • 자동차 할부금 (차가 없다.)
  • 자동차 보험료 (차가 없다.)
  • 각종 보험료 (보험 든 게 없다.)
  • 대출 이자 (대출 없다.)
  • 수영/헬스 회비 (맨몸운동으로 전환했다.)
  • 인터넷 요금 (끊었다.)
  • TV 수신료(TV 없다.)
  • 잡지/신문 구독료 (인터넷으로 본다.)
  • 자녀 양육비 (결혼도 안 할 것이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고정비용을 줄이면, 그 만큼 절약할 수 있다. 일시불로 사기엔 너무 비싸다고? 그럼 그 물건은 아직 사면 안되는 물건이다. 대출을 받지 않으면 집을 살 수 없다고? 그럼 자기 수준에 맞게 싼 집을 찾거나, 전세/월세로 들어가면 그만이다. 욕심을 줄이고 타인의 시선을 무시해야 한다. 지출을 줄이면, 돈을 덜 벌어도 된다. 지출이 많아지면, 어떻게든 돈을 더 벌어야만 한다.

쓸데없는 소비 줄이기

사실 내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나도 한 때 인터넷 쇼핑 중독이었다. 사무실로 1주일에 두 세 번은 택배가 도착했다. 뭔가 재미있는 아이템이 나오면, 손에 넣어야 했다. 무리해서 새 아이폰을 샀고, 쓸 데 없는 애플와치도 샀다가 헐값에 팔았다. 쓰지도 않는 물건을 구입해서 방치했다. 우연히 미니멀리즘을 접한 후 비로소 안 쓰는 물건을 나눠주거나 버릴 수 있었지만, 그 전까지는 내 집안을 가득 채우고 먼지를 뒤집어쓰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
지금은 무엇이든 구입하기 전에 내 자신에게 꼭 물어본다.
내 인생에 어떤 가치를 더해줄까?
10년 후에도 아낄 물건인가? 얼마나 자주 사용할 것인가? 없으면 불편할까? 이런 질문에 모두 YES라고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구입해야 한다. 생필품이나 소모품은 당연히 구입하지만, IT기기나 가전제품, 가구, 잡동사니를 구입할 때는 위와 같은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한다. 내 인생에 가치를 더해주는 물건이라면, 비싸도 괜찮다.

미니멀리즘이란?

미니멀리즘은 최소한의 물건으로 불편하게 사는게 아니다. 내가 아끼든, 좋아하든, 아니면 필요하든,  어떤 방식으로든 내 인생에 가치를 더해주는 물건만 갖고 사는 것이다. 버릴 때도 구입할 때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된다. 꼭 필요한 것만 사고,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버리면 그만이다. 정말 좋아하는 물건만 사고, 설레지 않는 물건은 버려야 한다.
그렇게 내 주변 모든 물건이 내 인생에 가치를 더해주는 물건이라면,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브라운 스톤, 부의 본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