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의 월세를 대신 내줍니까?

10평짜리 원룸에 산다. 방이 작지만, 예전엔 가구가 제법 많았다. 침대, 2단 옷걸이, 기둥형 옷걸이, 나무 서랍장, 플라스틱 서랍장, 가죽 소파, 대형 책장, 책상, 의자까지. 거기에 캣타워와 밥그릇, 물그릇, 스크래쳐, 보조 의자, 캠핑용 식탁, 진공청소기까지. 아무리 방을 정리해도, 방바닥을 보기가 힘들었다.
가구를 1/3 넘게 줄여, 지금은 넓은 방바닥이 훤히 보인다. 청소하기도 쉽고, 금방 끝난다. 먼지가 숨을 공간이 줄어, 나와 고양이의 건강에도 좋다. 방을 치우는 데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가 줄어서,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사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생기기 전에는, 한 번에 많은 가구를 정리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살아온 관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물건의 월세를 내가 대신 내준다'는 개념으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사는 방을 예로 들겠다. 10평을 그냥 30㎡라고 가정해 보자. 월세는 20만 원이다. 1㎡당 월세가 6,700원꼴이다. 최근에 버린 가죽 소파가 차지하는 면적이 약 1㎡ 정도였으니, 한 달 동안 소파가 7천 원을 쓰는 셈이다. 그 소파를 정말 좋아하고, 파라면 아무 문제 없다. 하지만 그저 자리만 차지하고, 소파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쓸모없는 소파가 내 주거공간 1㎡를 점유하고, 거기에 필요한 월세 7천 원을 내가 대신 내주는 셈이다. 1년이면 84,000원이고, 5년이면 42만 원꼴이다. 평수가 더 적다면? 월세가 더 비싸다면?? 안 쓰는 물건이 차지하는 면적이 더 넓다면??? 안 쓰는 물건의 월세를 내가 대신 내주는 셈이다. 그것도, 제법 많은 돈을.
쓰지도 않으면서 자리만 차지하는 가구나 물건이 없는지 살펴보자. 운동을 결심하며 샀던 러닝머신이나 사이클이 실제로 운동에 쓰이는 게 아니라 빨래 건조대로 쓰이지는 않는가? 언젠가 필요할 거라고 못 버렸던 물건들, 그 물건들을 담아둔 누런 박스, 박스가 많아져서 2단, 3단으로 쌓아 올리지는 않는가? 그런 식으로 안 쓰는 물건이 차지하는 면적을 대충 계산해 보자. 내 방 면적의 1/3을 차지한다면, 월세의 1/3은 물건이 내 공간을 차지하는 데 쓰이는 셈이다. 만약 안 쓰는 물건이 차지하는 면적을 1/3에서 1/5로 줄인다면? 월세는 변함이 없지만, 방이 더 넓어지는 효과가 생긴다.
쓰지도 않는 물건의 월세를 대신 내주는가.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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