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23.

인터넷을 해지하다

지금 사는 아파트에서 7년째 자취하는데, 처음 이사올 때부터 사용하던 인터넷을 최근에 해지했다.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해지 의사를 밝히니, 예상했던 대로 월 사용료를 할인해주겠다며 계속 쓸 권유했다(진작에 할인해주지). 하지만 '곧 유학을 갈 예정이다'는 말도 안되는 뻔뻔한 거짓말로 해지 신청을 완료했다.
난 사실 인터넷 중독이다. 사무실, 집, 여행지를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각종 어플과 즐겨찾기에 저장된 수 많은 SNS/사이트/블로그/카페를 수시로 열어서 새 글을 확인한다. 새 글이 없음을 확인한지 채 5분도 되지 않았는데도, 무의식적으로 또 접속해서 새 글이 있나 살펴본다. 아무 생각 없이 사이트들을 배회하다가, 유투브도 기웃거리다가, 더이상 할 일이 없으면 그제서야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중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모뎀을 통해 전화선으로만 인터넷 접속(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이 가능했기 때문에,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무실에선 당연히 무제한 인터넷이고, 집에서도 월 18,000원을 내며 무제한으로 인터넷을 사용한다. 무선 공유기를 설치해서 집안 어디서든 wifi 신호가 잡히도록 해 놨으니,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하루 종일 무제한 인터넷 망 안에 산다.
가끔 무분별한 인터넷 사용을 절제해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한다. 하지만 그도 잠시 뿐이다. 책을 읽다가도, 방을 치우다가도, 뭔가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다가도 금방 모니터 앞으로 돌아와서, 습관적으로 의미없는 인터넷 서핑을 반복한다.
그러던 중, the minimalists의 글(Killing home internet is the most productive thing I've ever done)을 읽고, 나도 집에 인터넷을 끊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단순히 '인터넷을 줄여야지'라고 마음먹기로는 부족하다. 마치 담배 끊기마냥 인터넷 끊기도 힘든 일이다. 때로는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 인터넷을 해지하면, 인터넷으로 해야 하는 모든 일은 인터넷이 되는 학교에서 다 처리해야 한다. 보고싶은 TV프로그램은 미리 다운받아 외장하드나 USB에 담아 와야 하고, 확인해야할 사이트나 블로그는 미리 읽어야 한다. 즉, 계획을 세워서 계획에 맞게 인터넷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집에서 휴대폰 LTE 모드로도 인터넷 접속은 가능하지만, 난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금방 데이터를 다 써버릴 것이고, 그 이후로는 추가 요금을 내야 할 것이니 어느정도 절제가 가능할 것이다.
아마 처음엔 적응이 안될 것이다. 금단 현상이 나타날테고, 그럴 때마다 책을 읽어야 하는데 그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잘 극복하고, 그동안 인터넷에 소모한 많은 시간과 집중력, 정신력, 여유를 좀 더 가치있는 곳(독서, 글쓰기 등)에 사용하겠다.

브라운 스톤, 부의 본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