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진짜 쉬고 있는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각종 공문과 이메일을 처리하고, 남는 시간에 인터넷 이곳저곳을 방문한다. 그렇게 여섯시까지 일하고 집에 돌아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노트북을 켜는 것이었다. 그리곤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즐겨찾기가 들어있는 폴더를 한꺼번에 열고, 뭔가 새로 올라온 내용이 없나 살핀다. 밥을 먹으면서도 볼 영상을 다운받느라 밥이 식기도 했다. 설거지를 할 때도 꼭 뭔가를 듣거나 봐야 했다.

침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손에서 휴대폰을 절대 놓지 않았다. 누워서 휴대폰을 보다가 팔이 아프면 엎드리고, 그러다 어깨가 아프면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보다가, 허리가 아프면 다시 눕는 식의 반복이었다. 그러다 11시, 12시가 되면 어쩔 수 없이 불 끄고 침대에 눕고는, 다시 휴대폰을 본다. 그러다 눈이 뻑뻑해서 더이상 견딜 수 없을 때가 되면 그제서야 휴대폰을 머리맡에 내려두고 잠에 든다.

이것이 최근 몇 년 간의 생활 패턴이었다. 진정으로 '쉬어야' 할 공간인 집에서 내가 했던 '일'이었다. 그래서 항상 피곤했고, 아침에 개운하게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할 공간에서, 내 몸과 두뇌는 끊임없이 일을 했던 것이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최근에 인터넷을 끊었다.



사실 해지신청을 한 후 오늘까지 약 3일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감하게 모뎀을 철거해 버렸다. 그리곤 집에선 인터넷을 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컴퓨터 학원을 다니고, 학부 때도 컴퓨터교육을 복수로 전공한 나에게 인터넷을 끊는다는 것은 정말 큰 결심이다.) 옆집 와이파이가 잡히긴 하지만, 느려서 못 쓸 정도니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공짜 와이파이가 정말 잘 터졌다면, 내 노력은 헛수고가 되었을 것이다.

인터넷이 되지 않는 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생활'하는 것이었다. 밥을 해서 맛있게 먹고, 설거지를 하고, 바닥을 쓸고, 빨래를 돌리고, 건조대에 널고, 고양이 밥 주고, 화장실 청소하고... 그동안 노트북과 휴대폰을 붙잡고 있느라 소홀했던 집안일을 비로소 정성스럽고도 신속하게 처리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는다. 하지만 인터넷은 안된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사실 책을 그리 오래 읽지는 못한다. 인터넷 서핑은 몇시간이고 집중해서 할 수 있는데, 거기에 너무 익숙해지다보니 책에 집중하는 능력이 쇠퇴한 것 같다. 어쨌든 할 게 없으니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집어들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는다. 조금 읽으면... 금방 피곤해진다. 그러면 침대에 누워 잔다. 그리고 일어나 다시 책을 보거나, 씻거나, 청소하거나...

인터넷을 해지함으로써 그동안 순위가 밀렸던 집안일을 성실하게 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집이 훨씬 쾌적하게 변했다. 집에서 비로고 '쉴' 준비가 된 것이다. 잠시 자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하는 '여유'를 만들어 낸 것이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그 중 하나로서 인터넷을 해지했다. 그리곤 집안일을 열심히 한다. 집을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집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 있거나 잠을 잔다. 이게 진정한 휴식같다. 노트북과 휴대폰 화면에 시각과 청각, 촉각과 집중력을 소모하는게 쉬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진짜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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