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해외 배낭여행을 위한 수칙


저의 첫 해외여행은 남미, 그것도 배낭여행으로 두 달이었습니다. 보통 동남아시아나 유럽, 미국을 먼저 가고, 남미와 아프리카, 인도 등은 어느정도 내공이 쌓인 후 방문하곤 하는데, 전 어쩌다보니 배낭여행 초짜가 남미로 가게 되었죠. 여행을 떠나기 전,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치안 상태가 좋지 않다고 소문이 나있거든요. 돈이나 물건을 잃어버리는 건 그렇다쳐도, 혹시 잘못돼서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으나, 몇 가지 행동수칙을 잘 지킴으로써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정리한 해외 배낭여행 안전수칙을 함께 보도록 하죠.

1. 배낭

1-1. 메인 배낭
- 장거리 버스이동시: 주로 짐칸에 따로 보관하게 됩니다. 좋은 버스회사인 경우 짐을 맡길 때, 배낭에 티켓을 달고 티켓과 동일한 번호의 보관증을 건네줍니다. 당연히 짐을 찾을 때 그 보관증을 보여줘야 배낭을 받을 수 있죠. 이럴 경우엔 도난의 위험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볼리비아와 같이 경제력이나 치안이 좋지 않은 나라의 버스인 경우, 그다지 안전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실제로 환승을 하거나 잠시 정차할 때 배낭을 통째로 도난당하는 경우도 있죠. 그럴 때는 최대한 짐칸에 있는 배낭에 신경을 쓰고, 누가 가져가지 않나 감시를 해야 합니다. 당연히 큰 배낭안에 귀중품을 두어선 안됩니다. 버스 이동시 귀중품은 몸이나 보조 배낭에 보관해야 합니다.
- 비행기 이동시: 비행기 이동시 메인 배낭은 버스 이동에 비해서는 비교적 안전합니다. 다만 남미 내 저가항공을 이용할 때는 마찬가지로 귀중품을 안에 두어선 안됩니다. 짐을 맡긴 후 검사하는 과정에서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카메라 등을 발견하면 종종 배낭을 찢어서 가져가는 경우도 있거든요. 완전히 안심할 순 없으니, 가능하면 귀중품은 보조 배낭에 넣어 비행기에 들고 타야 합니다.

1-2. 보조 배낭
대부분의 귀중품들은 보통 보조 배낭에 넣습니다. 따라서 보조 배낭은 24시간 함께 해야 합니다. 이동시에도, 관광할때도, 심지어 숙소에서 잠을 잘 때도 항상 눈에 보이는 곳, 손이 닿는 곳에 있어야 합니다.
작은 자물쇠가 있다면 지퍼에 걸어두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볼펜 하나만 있으면 지퍼 정도는 쉽게 딸 수 있지만, 소매치기 입장에서 그런 수고를 하면서까지 꼭 그 배낭을 털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견물생심이라고, 허접한 자물쇠 하나 채워두면 일단 target에서 멀어질 수 있으니 필수입니다.
가방을 앞으로 메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실제로 치안이 안 좋은 도시에서는 현지인들도 배낭을 앞으로 메고 다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뒤에서 몰래 털어가는 일은 100% 방지할 수 있죠. 좀 불편하고 답답하더라도 위험한 곳에서는 앞으로 메고 다닐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가 귀찮으면 한쪽 어깨에 메고 가방끈을 꼭 쥐고 다니는 방법도 있습니다.

2. 여권/현금/카드
여권과 현금, 카드는 여행 중에 잃어버리면 타격이 큽니다. 그래서 상황에 맞게 적절하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1. 분산 배치
현금과 카드는 상황에 맞게 적재적소에 분산하여 배치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현금은 적절하게 세 등분으로 나눈 후 메인 배낭, 보조 배낭, 그리고 몸에 따로 보관합니다. 현금/신용카드도 보통 2개 이상 가져가니, 현금과 마찬가지로 여기저기에 보관합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카드는 보조 배낭이나 몸에 지녀야겠죠. 분산시켜 보관하면 셋 중에 하나 또는 둘이 털렸을 경우, 나머지 한 곳에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어느정도 대처를 할 수 있습니다. 한 곳에 몰빵했다가 털리면 그자리에서 여행 끝입니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봤구요.
배낭이나 몸에 현금과 카드를 보관할 때도 요령이 있습니다. 바로바로 사용할 적은 금액은 꺼내기 쉬운 곳에 보관하되, 큰 액수의 돈이나 만약을 대비한 카드는 좀 귀찮지만 최대한 꺼내기 어려운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인이 꺼내기 어려운 만큼 소매치기도 꺼내기 어렵거든요. 어디에 돈이 있는지 알기도 어렵구요. 돈을 꺼내 사용하는 것을 지켜봤다가 털려고 해도, 깊숙한 곳에서 힘들에 꺼내는 모습을 본다면, 타겟을 변경할 것입니다.

2-2. 이동 보관
분산하여 배치했다고 해서 다가 아닙니다. 상황에 맞게 위치를 이동하며 보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거리 이동시: 1번에서 얘기했듯이 메인 배낭에 두는 것은 도난의 위험이 있으니, 보조 배낭과 몸으로 이동시켜 보관합니다.
관광시: 관광하러 나갈 때는 주로 맨 몸으로 나가거나 보조 배낭만 메고 나갑니다. 숙소에 자물쇠 락커가 있다면, 그날 사용할 돈과 카드만 가져가고 나머지 여권을 포함한 귀중품은 락커에 두어도 괜찮습니다(호스텔이 통째로 털리지만 않는다면;;;). 믿을만한 락커가 없다면 여권은 휴대하되, 돈과 카드는 어느정도 분산하여 큰 베낭에 넣고 숙소에 두고 나와도 됩니다. 숙소에서 털리나 밖에서 털리나 확률은 비슷할 것 같네요. 호스텔 직원에게 맡기는 방법도 있지만, 받은 적 없다고 잡아떼거나 잠적할 위험이 있어서 추천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3. 거리에서
대도시에는 일자리를 찾아 온 빈민들도 많습니다. 일자리가 없으면 먹고 살아야 하니까 소매치기나 강도짓을 하게 되죠. 주요 타겟은 돈이 많은 배낭여행객들입니다. 특히 동양인은 덩치가 작아서 저항하더라도 쉽게 제압할 수 있어서 가장 주요한 타겟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경계할 필요는 없지만, 어느정도 긴장된 상태를 유지할 필요는 있습니다.

3-1. 관광지
주요 관광지는 관광객들이 많아 소매치기도 많지만 그만큼 경찰도 많습니다. 완전히 넋을 놓고 구경하지 않는 이상 소매치기를 당할 확률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습니다. 아무리 관광지라도 지킬건 지켜야겠죠. 값비싼 카메라를 자랑스럽게 메고 다닌다거나, 지갑이 잘 보이도록 뒷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거나, 지갑에서 많은 돈을 꺼내 계산한다거나 하는 행동은 자제하는게 좋습니다.

3-2. 도심
도심은 사람이 많고 복잡해서 소매치기를 당할 가능성도 많습니다. 특히 시장 같은 곳에서 사람에 밀리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갑이 사라지곤 하죠. 사람이 많은 곳일수록 가방을 앞으로 메고 꼭 쥐고 다녀야 합니다. 또한 사람이 많이 다니는 메인 거리 외에 외곽으로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치안이 급격하게 나빠질 위험이 있으므로, 넋을 놓고 너무 멀리 걸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3-3. 시골
시골 사람들은 도시에 비해선 착한 편이지만, 기본적인 주의는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도시보다 사는 형편이 좋지 않다보니, 값비싼 물건을 보면 견물생심이 생길 수 있거든요.

3-4. 누군가 말을 건다면
관광지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길거리에서 관광객에게 말을 걸 일은 잘 없습니다. 만약 낯선 사람이 다가와 쓸데없는 말을 할 경우, 일단 '소매치기' 또는 '강도'라고 가정하고 소지품을 다시한 번 잘 챙긴 후, 자리를 피해야 합니다. 물론 호의로 어리버리해 보이는 관광객을 도와주고자 하는 현지인이 있을 수도 있지만... 보통은 현란한 말솜씨로 긴장을 늦추게 만든 다음에 두 세명이 협력하여 물건을 털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긴장을 늦춰선 안됩니다.

3-5. 택시 이용
택시는 좀 비싸더라도 지역별로 안전한 택시 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남미의 경우 무허가 개인택시도 굉장히 많은데, 다 그런건 아니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택시비를 비싸게 받거나, 심지어 다른 곳에 데려가 기다리고 있던 일행과 함께 강도짓을 하는 경우도 있죠. 중간에 합승을 해서 같은 편을 태우기도 합니다. 가능하면 안전한 회사의 택시를 타고(숙소에 물어보거나 버스 터미널/공항에서 연계해주는 택시 이용), 합승을 시도할 때는 내려서 도망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택시 안에서도 핸드폰이나 카메라 등을 손에서 들고 사용하고 있으면, 정차해 있을 때 밖에서 창문으로 손을 넣어 그것만 가져가는 경우가 있으니, 보조 배낭에 넣은 후 양 손으로 꼭 안고 있으면 안전합니다.

4. 숙소에서
낮에 아무리 돌아다녀도, 결국 돌아와야 하는 곳은 숙소입니다. 일반적으로 배낭여행자들은 4~8인실 공동 침실을 사용하게 되죠. 전 세계 여행객들이 한 방에서 함께 생활하다보면 당연히 도난의 위험도 높기 마련입니다. 물론 대부분 그러지 않지만, 간혹 같은 여행자의 돈이나 물건에 손을 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4-1. 숙소의 선택
hostelworld  어플이나 Lonely planet에 소개된, 평점이 높은 숙소의 경우 귀중품을 보관할 수 있는 락커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외출할 때 귀중품을 보관할 수 있어 한층 도난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개인 락커가 있는 숙소를 선택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합니다. 1인실을 이용한다면야 문을 잠궈버리면 그만이지만, 락커도 없는 6인실에 여권과 돈을 두고 나오기도 참 불안하거든요.

4-2. 귀중품 보관
가장 좋은 방법은 안전한 락커에 두고 자물쇠로 잘 잠그는 방법입니다. 락커가 없을 경우, 숙소나 룸메이트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숙소 주인이나 직원이 믿을만할 경우 맡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룸메이트랑 어느정도 친해지거나, 딱히 훔치게 생기지(?) 않았다면, 메인 배낭 깊숙한 곳에 보관하고 숙소를 나서는 방법도 있습니다. 영 불안하다 싶으면 잘때나 샤워할때나 나갈때나 돈이며 여권이며 카드며 모두 몸에 지니고 다니는 방법도 있죠. 이건 숙소와 방의 분위기를 봐가면서 판단해야 합니다.

5. 밤문화 즐기기(?)
대부분의 배낭여행자들은 젊어서 밤에 밤문화를 즐기러(술마시고 춤추러)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런걸 좋아하지 않아 밤만 되면 일찍 잠에 들곤 했지요. 기본적으로 밤이 낮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이건 어느 나라를 가던 마찬가지죠. 굳이 나가야 한다면 꼭 필요한 돈만 가지고 여럿이 다니는게 좋겠죠.

지금까지 두 달짜리 배낭여행 고작 한 번 다녀온 초보 여행자가 실제로 지켰던 안전 수칙을 함께 보셨습니다. 첫 해외 배낭여행이라 그런지, 또 몸을 사리는 성격 때문인지, 다소 과도하게 조심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행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조심한 덕분에 두 달 동안 단 한 번도 위험한 상황을 겪지 않았습니다. 물론 소매치기나 강도도 없었구요. 제가 깜빡하고 숙소에 물건 두고 온 게 다였습니다.
여행 관련 카페에 치안에 대한 질문이 많이 올라옵니다. 배태랑 여행자들의 조언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소한의 수칙만 철저히 지키면 크게 위험한 상황은 없다."

여행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건강한 멘탈과 건강한 신체로 돌아오는 것이겠죠. 여권이나 여행경비를 다 털려서 멘탈이 붕괴되거나, 괜히 으슥한 곳에 갔다가 배에 칼빵맞고 흉터 생기는 것 보다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몇 가지 안전 수칙을 꼭 지킴으로써 그런 경우를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겠죠?
우리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멀리멀리 여행다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