찝찝한 하루

오늘 하루는 처음부터 이상했다. 
 들뜬 마음에 어제 새로 산(평생 처음 산) 블레이저를 입고 출근길에 나섰지만, 오전 날씨는 제법 추워서 오전 내내 벌벌 떨어야만 했고, 카드 키를 집에 두고 와서 집에 또 가야만 했다. 구두를 손질해볼까 하고 학생회관에 구두약을 사러 갔지만 검은색밖에 없었고, 난 괜히 쓸데없이 우유만 사서 돌아왔다. 사무실 문을 열어둔 채 점심을 혼자 먹고, 카드 키를 가지러 집에 갔지만 망할 집에도 없었고 결국 차에서 발견했다. 애초에 집에 가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아이폰, 지갑, 카드 키, 열쇠는 출근할 때 무의식적으로 챙겨 나올 정도가 되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새로 산 블레이저에 정신이 팔렸나 보다. 
 1년 중 가장 한가한 요즘, 일이 거의 없어서 새로 나온 미드도 다 챙겨 보고, 지난주 개콘까지 다 보고, 각종 카페를 드나들고 수시로 페이스북 새로 고침을 눌러도 심심하다. 읽겠다고 사 둔 원서는 쌓여있는데, 그렇게 할 일이 없어도 이상하게 책에는 손이 가질 않는다. 이런 인간이 어떻게 석사를 할까 싶다. 잉여 잉여 하면서도 매일 고민한다. 오늘 저녁은 뭘 먹지... 쌀이 남아있을 땐 집에서 어머니가 보내주신 반찬과 먹으면 대충 해결할 수 있었는데, 쌀도 다 떨어지고, 다시 사자니 곧 3월이 오면 기숙사 식당을 이용할 수 있으니 좀 아깝고, 애매하다. 
대충 퇴근시간까지 시간을 때우다 집에 온다. 이틀 전에 먹다 남겨둔 파닭을 냉장고에서 꺼내 전자레인지에 3분을 돌린다. 그냥 처묵처묵 먹는 거지 뭐... 단백질 섭취나 많이 하고 나중에 헬스나 가야겠단 생각으로. 다미(고양이)는 내가 책상 위에서 뭘 먹든 요즘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래도 냄새는 맡을 텐데, 절대로 안주니까 포기했나 보다. 닭 가슴살 조금 떼어 주니 좋아죽네.  
중간고사 전날 기분이다. "야식 먹고 공부해야지~"이딴 마음가짐은 얼마 가지 않고, 잠이 솔솔 와서 다미를 안고 침대에 잠깐 누웠는데 순식간에 두 시간이 지나갔다. 중간중간 깨어서 일어날까... 그냥 잘까....를 고민하지만 무거운 몸을 이기지 못하고 자다가 아주 기분이 거지 같은 꿈 덕분에 벌떡 일어났다. 내가 무슨 강당에서 단독 공연을 7시에 해야 하는데(기타 연주 & 노래 뭐 이런 거),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연습을 하다가 갑자기 막 귀찮아져서 공연을 하기가 싫어졌다. 7시를 넘어 8시를 넘어 9시쯤 되어 난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아직 관객들이 제법 있었고, 후배들이 꽃을 사 들고 내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난 왠지 모르게 그들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은폐 엄폐하며 공연 관계자에게 가서 "내가 쓰는 카세트테이프가 고장 나서 부득이하게 공연을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말할 순 없으니(쪽팔리니) 대신 공연 취소를 좀 알려달라"라고 지껄이고 있었다. 제길 이 무슨 기분 더러운 꿈이란 말인가. 얼굴이 화끈거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헬스장에 가기엔 늦어버렸고, 이제 무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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