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28.

내 집이 생겼다

집주인 내외분

2010년 9월에 서울에서 내려와 조교 일을 시작했으니, 이 아파트에서 7년 6개월을 살았다.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20만 원. 13평짜리 원룸형 아파트는 혼자 살기에 딱 좋았다. 지하주차장까지 있으니, 오토바이 비 안 맞히고 보관하기도 좋았다.
계산해보니, 7년 동안 월세만 1680만 원을 냈다. 그냥 날려버린 아까운 돈. 진작에 전세로 바꾸거나 집을 샀어야 했다. 물론 처음엔 이렇게 오래 청주에 살지 몰랐다. 비록 비정규직이지만, 호봉도 오르고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카카오뱅크 마이너스 통장도 만들었기 때문에 처음엔 전세를 알아봤다. 그런데 전셋값과 매매가가 200만 원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여자친구와 가족, 동료들과 상담을 좀 하고, 살던 집을 사기로 했다.
모아둔 돈 + 보증금 + 마이너스 통장 대출금을 합해 지난해 10월 중순 아파트를 샀다. 내 좌우명 중 하나가 '빚지고 살지 말자'인데, 마이너스 통장에 찍힌 돈을 보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이후로 소비 패턴이 약간 달라졌다. 가뜩이나 쓸데없는 물건은 안 샀는데, 더 절약하게 되었다. 새로 월급 받기 전 남아있는 잔액은 무조건 이체하고, 각종 수당으로 들어오는 돈도 바로바로 이체하여 빚을 갚아 나갔다.
지난 10월, 마이너스 통장에 빚 1,100만 원으로 시작했다. 처음 계획은 2018년 이내에 다 갚는 것이었다. 그 정도면 충분히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1~2월에 들어오는 돈이 많았다. 명절 상여금과 학생지도비, 정책연구비 등이 들어오면서 결론적으로 4개월 만에 다 갚았다.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마이너스가 아니라 0이 되는 순간, 기분이 정말 좋았다. 빚이 없는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그리고 내 집이 생겼다. 비록 촌구석에 있는 오래된 작은 아파트지만, 어찌 됐든 내 집이다. 직장에서 잘려도, 월세 낼 돈이 없어도 내 고양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아늑한 공간. 사람들이 이래서 내 집 내 집 하는가 싶다. 안정감이 상당하다.
물론 시골이니까 가능한 이야기다. 이 돈으로 어디가서 전세도 못 구한다. 어쨌든, 나는 집 샀다. 빚도 없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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