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30

홀로 서야 어른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부산에서 지내다, 대학에 진학하며 청주로 온 지 14년이 흘렀다. 국립대 중에서도 싼 학비 덕분에, 부모님께 등록금 부담은 거의 안 드린 것 같다. 교사의 꿈은 일찍 접었지만, 졸업하기 전부터 여기저기 다니며 돈을 벌어, 지금까지 8년간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하여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 정서적으로도 서서히 독립할 수 있었다. 수입과 지출, 저축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며, 그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졌다. 혼자 여행하며 객관적인 나를 알아갔다. 고백과 거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연애의 경험도 쌓았다. 지금은 아끼는 사람을 만나 서로에게 힘이 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고백하고, 차이고, 오토바이를 타고 서핑을 가고, 남미로 배낭여행을 떠나고,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새로운 취미에 몰입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아낄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독립된 성인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완전히 독립된 성인으로서, 내 의지대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 결정을 내린다.
그 모든 시작은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이다. 그래야 정서적으로 독립할 수 있다.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저 부모의 착한 자식일 뿐이다. 이런 관계는 나아가 자신을 교수의 착한 제자, 선배의 착한 후배, 상사의 착한 후임으로만 남게 한다. '자신'이 중심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가 내 생활과 사고를 지배한다. 내 욕망과 의지는 저 뒤로 미루고 모른 체한다. 대신 부모와의 관계, 교수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가 더 가치 있는 우선순위로 굳건히 자리를 지킨다.
연애는 절대 불가능이다. 오직 사랑에만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부어도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 사귀기 어렵다. 그런데 부모나 다른 권위자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는 사람이, 어떻게 독립된 성인으로서 사랑할 수 있을까. 연인과 다투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부모님에게 물어볼 것인가? "내가 먼저야, 부모님이 먼저야?"라는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을 것인가?
이른 나이에, 부산에서 청주로 독립한 게 참 다행이다. 적어도 나는 지금 내 마음대로 살고 있으니. 나이 서른 넘어 아직도 정서적으로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사람들은.. 유감이다.

2017/06/23

더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로 변경

기존에 CJ 헬로모바일 "조건 없는 USIM LTE21" 요금제를 썼다. 기본료 23,100원에 음성통화 200분, SMS 200건, 데이터 1.5GB였다. 음성통화는 절반 정도, SMS는 한 달에 10건 미만으로 썼고, 데이터는 항상 부족해서 더 쓰곤 했다. 기본 데이터를 초과한 만큼 요금이 1~2만 원까지 더 나와서, 결국 한 달에 4만 원 정도를 휴대폰 요금으로 썼다.
이번에 위너스텔이라는 알뜰폰 사업자의 WELL LTE935요금제로 갈아탔다. 기본료 9,350원에 음성 50분에 문자 0건, 데이터 1GB짜리 요금제다. 거의 쓰지 않는 SMS를 빼버리고, 데이터도 오히려 줄여버렸다. 대신 기본료가 대폭 내려갔다.
집에 인터넷을 끊었고 wifi도 터지지 않아서, 유일한 인터넷 접속 수단은 휴대폰 데이터뿐이다. 이제 데이터 사용량이 1GB를 넘어가면, 쓰는 만큼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 그래서 효율적이고 계획적으로 데이터를 써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게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내 삶에 더 중요한 가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 돈을 허튼 데 낭비하기 쉽다. 가뜩이나 회사에서 종일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는데, 집에서까지 그렇게 해야 할까. 집에선 불필요한 전기 자극 없이, 조용히 쉬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
당분간 이 요금제 기본료를 잘 지키며 휴대폰 사용을 절제할 수 있다면, 다음엔 6,600원짜리 요금제로 더 내려가 볼 생각이다. 그렇게 휴대폰에서 해방한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독서나 운동, 목공 같은 취미 생활에 더 투자하고 싶다.

2017/06/22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일이 있다면

접촉할 기회를 차단한다

가능한 눈에 띄지 않도록 숨기거나 차단해버리자. 접촉할 기회 자체를 줄이면 서서히 잊힌다.

주변 사람에게 부탁한다

내게 그 일과 관련된 사안은 이야기하지 말도록 부탁한다. 어쩔 수 없이 그 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자리라면, 아예 자리를 피해도 좋다.

다른 일에 집중한다

우연히 마주치거나 갑자기 생각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차라리 다른 일에 집중하여, 그 일이 내 머릿속을 차지할 여유를 주지 않는 방법도 있다.

2017/06/03

영화 《Man from Earth》

오랜만에 영화 Man from Earth를 다시 봤다. 만 사천 년을 살아온 주인공 John은 자신이 늙지 않는다는 점을 주변 사람들이 알아챌 때쯤 떠나곤 했다. 보통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만, 이번엔 동료들이 집요하게 물어보는 바람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대화 중 자선단체 사람들이 가구를 가지러 온다. John이 모두 다 가져가라고 하자, 동료들은 놀란다. 한 동료가 전부 다 기부하냐고 묻자 John은 “또 생길 텐데요.”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예전의 삶을 떠올릴 만한 유물이나 기념품은 없냐는 친구의 말에 John은 이렇게 답한다. “벼룩시장에 있잖아요. 정말로요. 수백, 수천 년을 사는데 볼펜 같은 걸 갖고 다닐까요? 무엇 때문에? 태초(beginning)를 기념하려고? 그런 개념조차 없었는데. 어차피 다 없어지고 사라질 거예요. 유물 따윈 없어요. 그것도 가지세요.”
영화를 다 보고 생각에 잠겼다. John에게 삶은 어떤 의미일까. 사랑했던 모든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늙어 죽는다. 한때 소유했던 모든 물건은 낡고 쓸모없어져 사라진다. John에게 소중한 가치는 무엇일까. 과연 John에게 소중한 ‘물건’도 있을까?
픽업트럭 한 대에 실리는 적은 이삿짐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책과 학위 증명서는 지식 추구를 상징하고, 친구였던 반 고흐가 선물한 그림은 우정을 상징한다. 사냥용 활은 만 사천 년짜리 취미를 상징한다. 그 외의 상자에는 생필품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 외엔 없다. 이사 다니기 쉽게 항상 최소한의 짐만 챙긴다.
우린 어떻게 사는가. 악착같이 돈 모으고 빚까지 내서 집을 산다. 비싼 가구로 집안을 가득 채운다. 꼭 필요한 물건으론 모자라서 남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기 위한 가구, 남들 집에 다 있으니 우리 집에도 있어야 하는 가전제품, 광고가 세뇌당해 충동적으로 사는 물건… 그리곤 집이 작다고 불평한다.
죽은 물건과 함께 산다. 입지 않는 옷, 쓰지 않는 가구, 먹지 않은 음식, 신지 않는 신발, 보지 않는 사진, 읽지 않는 책. 모두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죽은 상태로 그저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그렇게 죽은 물건과 같은 공간에서 지낸다. 의식하지 못한 채.
우리도 John처럼 살 수는 없을까. John은 오래 살며 많이 깨달아 물건에 대한 집착이 없다. 그에 비해 우리 인생은 짧고 어리석어 물건에 집착한다. 자신에게 가치 있는 일을 찾아 그것에만 집중하며 살아도 짧은 인생이다. 남의 가치관 따라 살다가, 언젠가 ‘내가 내 인생을 살지 않았구나’ 하며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늙고 병들었을지 모른다.
항상 고민해야 한다. 내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그다음은? 또 그다음은? 그렇게 생긴 우선순위대로 시간을 할당하고, 행동해야 한다. 나머지 중요하지 않은 일은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물건도 마찬가지.
앞으로 만 사천 년을 더 살 수 있고, 당장 내일 떠나야만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챙기겠는가?
(영화는 유튜브에서 '맨프롬어스'로 검색하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