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 4.

꼭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쓰는 즐거움

3월부터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개설하고, 모든 작업을 기록하고 있다. 가구제작 협동조합에서 진행하는 전문과정도 무사히 마쳤고, 필요한 전동장비와 수공구도 하나씩 사들였다.
실습 과정에선 탁자 두 개를 만들었다. 필요하지도 않은 탁자 두 개가 갑자기 생겨, 둘 곳이 없다. 일단 구석에 포개 두었다. 조만간 원하는 사람에게 줘야겠다.
첫 개인 작품으로, 여자친구를 위한 북 스탠드를 만드는 중이다. 의자에 앉은 굽은 자세 때문에 목 디스크 통증이 조금 있었다. 가능한 허리를 펴고 고개도 덜 숙이도록 크고 높은 북 스탠드를 만들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여자친구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다. 물론 시중에 비슷한 제품을 사서 줄 수도 있지만, 여자친구에게 딱 맞는 크기와 높이, 재질, 두께의 제품은 없다. 내게 소중한 사람이 쓸, 꼭 필요한 물건을 오랜 시간을 들여 정성껏 만들어 선물하는 모든 과정이 즐겁고 의미 있다.
두 번째로 자투리 나무를 대충 잘라 외투용 옷걸이를 만들었다. 치수도 대충, 사포질도 안 하고 막 만들었지만, 사무실에서 외투를 걸어두는 기능만은 충실히 수행한다. 인터넷 검색도 많이 해 봤지만, 맘에 드는 제품이 없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15분 만에 뚝딱 만들어 쓰니, 신이 난다.
세 번째 작품은 높은(70cm) 걸상이다. 재단 주문을 넣어놨다. 높은 걸상은 최근에 읽은 갤런 크렌츠의 《의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직접 디자인했다. 다리와 허리가 135도가 되도록 높이와 각도를 맞췄다. 모양은 투박하더라도, 아직은 기능이 우선이다.
꼭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쓰면서, 내가 상상했던 목공의 즐거움을 오롯이 느낀다.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쓴다. 내가 아끼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선물한다. 내가 원하는 소재, 방식, 퀄리티로 내 마음대로 만든다. 그렇게 직접 만든 물건은 구상부터 마감까지 모두 내 손을 거쳤기 때문에 아낄 수밖에 없다.
미니멀리즘의 핵심 중 하나는 '내 삶에 가치를 더해주는 물건만 소유하는 것'이다. 직접 만들어 쓰는 물건만큼 내 삶에 가치 있는 물건이 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목공은 미니멀리즘과 잘 어울린다. 좋은 취미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