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4

사무실 전화기가 구형이라 좋은 점

재작년 모든 교직원의 사무용 전화기를 디지털 인터넷 전화기로 교체해줬는데, 내 전화기는 제외됐다. 시설과가 수요 조사를 엉터리로 했기 때문이다. 그땐 이따금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한다.
새 전화기는 디지털 스크린에 발신자 번호와 이름이 표시되고, 부재중 전화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내 구형 전화기엔 스피커폰과 재다이얼 기능이 전부다. 그래서 자릴 비운 사이에 누가 몇 통이나 전화했는지 알 방법이 전혀 없다. 부재중 전화는 아예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벨이 울리다 끊긴 전화도 그냥 무시한다. '필요하면 다시 하겠지.'하고 넘기면 그만이다.
구형 전화기 덕분에 '누가 전화했을까?', '왜 전화했을까?', '내가 다시 걸어야 하나??', '언제 걸어야 괜찮을까?' 같은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엔 불평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한다.
편리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기술이 오히려 정신 에너지를 더 소모하게 하진 않는지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