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6.

미니멀리즘 커뮤니티의 아이러니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가 몇 개 있다. 나는 네이버 카페 미니멀 라이프미니멀리스트심플라이프 클럽과 페이스북 그룹 minimalists.org: Online City에 가입했다. (카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올라오는 글의 70~80%는 정리하거나 버린 물건을 처분하기 직전에 찍은 인증 사진이다.
카페나 그룹에는 미니멀리즘 게임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다. 미니멀리즘 게임이란, 날짜에 따라 매월 1일에는 물건 하나를 버리고, 2일에는 두 개를 버리는 식으로, 매일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는 게임이다. 보통 혼자 조용히 하진 않고, 잘 실천하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버린 물건 사진을 찍어 SNS나 카페에 올리곤 한다.
버리는 사람 입장에선, 인증 사진을 공유함으로써 스스로 동기도 부여하고 주변의 칭찬과 격려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명이 각자 미니멀리즘 게임을 하며 인증 사진을 올리기 때문에, 카페에는 일반적인 글보다 물건 비우기 인증 글이 훨씬 많다.
문제는 그 사진 속 물건이 쓸모없는 물건, 조금 과장하면 쓰레기라는 점이다. (물론 기증하거나 나눠주는 멀쩡한 물건도 있긴 하다.) 오래되고 고장 나서 못 쓰는 물건, 각종 잡동사니, 유통기한 지난 건강식품 등을 찍은 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카페에 접속하면 보통 메인 화면에 사진만 모아서 보여주기 때문에, 나는 카페 대문 화면부터 정신이 산만하고 답답해진다. 가끔 쓰레기로 가득 찬 집을 보는 느낌마저 든다.
각자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자기 집 물건을 비운다. 하지만 그들이 모인 미니멀리즘 카페엔 쓸모없는 물건 사진이 쌓이고 쌓인다. 마음이 담긴 글보다, 의미없는 물건 사진이 더 많다. 글을 읽고 싶어 들어갔다가, 물건 사진에 지쳐 나온다.
쓸모없어 처분한 물건 사진보다,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물건의 사진과 그 이유, 행복이 담긴 글을 많이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