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11.

물건보다 경험에 돈을 써야 하는 이유

천만 원이 있다. 차를 사겠는가, 배낭여행을 떠나겠는가?
(차 대신에 집, 가구, 옷, 노트북, 스마트폰, TV 등을, 배낭여행 대신에 멋진 레스토랑 식사, 콘서트 티켓,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휴가지에서 보내는 각종 경험을 대입해도 된다.)

만족

차를 사서 얻는 만족감보다, 배낭여행을 다녀와서 얻는 만족감이 훨씬 크다.

후회

상태가 안 좋은 차를 사서 하는 후회보다, 죽을 만큼 고생한 배낭여행 끝내고 하는 후회가 더 적다. 차는 가지고 있는 동안 계속 후회하지만, 경험은 비록 후회하더라도 어떻게든 긍정적인 면을 찾아서 합리화시켜버린다.
젊어서 배낭여행 한 번 못 다녀온 후회가, 젊어서 차 한 대 못 산 후회보다 훨씬 크다.

적응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나쁜 일에도 적응하지만, 좋은 일에도 적응한다. 차를 사서 느낀 기쁨은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더 좋은 차를 갖고 싶어진다. 하지만 배낭여행을 다녀와 느낀 기쁨은 그보다 훨씬 오래간다. 인간은 경험에 대해선 더 천천히 적응하기 때문이다. 경험은 우리가 아끼는 기억 속에, 친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자아감 속에 오래도록 존재한다.

사회적 동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적 관계가 긍정적이고 의미 있을수록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 차를 사면 혼자 즐겁고 끝이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가든, 혼자 여행을 가서 새로운 사람을 사귀든, 여행 경험은 다양한 사람과 더 넓고, 쉽고, 깊게 연결하기 때문에, 더 오래도록 만족과 행복을 준다.

연대

같은 차를 가진 사람끼리 느끼는 연대감보다, 같은 여행지를 다녀온 사람끼리 느끼는 연대감이 강하다.

자기 강화(self-reinforcing)

배낭여행을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나 연대감을 느끼면, 혼자 하는 활동(컴퓨터 게임)보다 타인과 함께 하는 경험에 관심을 더 보인다. 즉, 돈이 생기면 사람을 만나러 또 여행을 떠난다.

이야기

주변 사람에게 차를 산 이야기보다 배낭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우리는 보통 자신에게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을 더 많이 이야기한다.)

호감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은 차를 산 이야기를 하는 사람보다 배낭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사는 사람에게 더 호감을 느낀다.

자아감(sense of self)

물건이 아니라 경험이 내 자아감을 구성한다. 내 자아는 차와 가까운가, 여행 경험과 가까운가?

비교

친구가 더 좋은 차를 타고 나타나면, 내 차에 대한 만족감은 비교적 쉽게 떨어진다. 하지만 내 배낭여행 경험은 친구의 배낭여행 경험과 쉽게 비교할 수 없다. 경험을 돈으로 따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내 경험과 기억, 추억은 나 자신의 일부이기 때문에, 쉽게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결론

우린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여 돈을 번다. 그 돈을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진다. 우린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길 원한다. 순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물건 구매의 비중을 줄이자. 대신, 더 가치 있고 오래가는 만족감을 선사하는 경험에 돈을 투자하자.

(이 글은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25권 1호에 게재된 Gilovich, T.,  et al.의 A wonderful life: experiential consumption and the pursuit of happiness를 읽고, 물질 구매(material purchases)는 자동차 구입에, 경험 구매(experiential purchases)는 배낭여행에 비유하여 정리한 글입니다.)

Gilovich, T., & Kumar, A., & Jampol, L. (2014). A wonderful life: experiential consumption and the pursuit of happiness.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25(1), pp. 152-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