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7

워크숍은 여행이 아니다

2주 전, 제주도로 2박 3일 워크숍을 다녀왔다. 워크숍치고는 제법 멀리 가는 터라, 많이 기대했다. 겨울 제주도는 처음이기도 했고. 마침 (작은) 여행용 가방도 새로 사서, light packing(가볍게 짐 싸기)을 시험할 좋을 기회였다. (물론 기존에 있던 큰 가방은 중고나라에 올렸다. 여행 가방은 하나면 충분하니까)
짐은 최소한으로 챙겼다. 2박 3일 내내 같은 옷을 입었고, 잘 때 입을 바지와 티, 여분의 속옷과 양말, 세면도구, 작은 디카, 휴대폰 충전기 정도였다. 예전에는 무겁고 큰 필름 카메라와 여벌의 옷, 슬리퍼 등을 챙기느라 더 큰 가방이 필요했다. 하지만 가방이 작아지니, 가방 크기에 맞춰 짐도 줄여야 했다.
출발 전날 밤의 설렘, 차가운 새벽 공기, 오랜만에 느끼는 공항 분위기 모두 좋았다. 하지만 제주도에 도착하여 하루하루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처음 느꼈던 설렘은 사라지고, 스트레스만 커졌다. 마지막 날에 청주로 돌아오며, 곰곰이 생각했다. 왜 즐겁지 않고, 힘들까? 결론은 간단했다. 워크숍은 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행의 핵심은 자유로움이다. 마음 가는 대로 일정을 짜고, 변수가 생기면 그에 맞춰 바꾸고, 힘들면 멈추고, 보고 싶으면 보고, 가고 싶으면 가고, 먹고 싶으면 먹고, 끝내고 싶으면 언제든 끝내는 그런 자유. 그 자유를 오롯이 느끼려면 여행은 혼자, 계획 없이 훌쩍 떠나야 한다. 하지만 워크숍은 반대다. 이미 정해진 일정과 동선이 있고, 싫은 사람과 억지로 함께 가야 할 수도 있다.
워크숍 자체를 깎아내리는 게 아니다. 워크숍은 원래 그렇다. 워크숍을 가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기대한 내가 어리석었다. 워크숍 참석은 강제사항이 아니니, 내년부터는 굳이 안 가도 될 것 같다. 대신 틈나는 대로, 짧게라도 혼자 여행을 떠나야겠다.

자유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