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7

2016-12-16 제주도 워크숍

출발하기 전날 밤, 짐을 거의 다 챙겨놓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눕는다.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나 무슨 일을 어떻게 할지 상상해 본다. 일어나자마자 씻고, 칫솔과 면도기를 챙기고, 고양이 밥과 물을 넉넉히 주고 문단속하고 출발. 생각하다 빠진 준비물이 있으면 메모한다. 그러다 잠든다.



공항에 가는 것만으로 설렌다. 목적지가 어디든 중요하지 않다. 곧, 제법 멀리 떠난다는 사실에 그저 들뜰 뿐이다. 조금 늦어도 좋다. 몇몇 물건을 두고 와도, 좋다.



운 좋게 비상구 옆 좌석에 앉았다. 창 측이 아니라 밖을 마음껏 볼 순 없지만, 괜찮다. 45분이면 도착하니까.



한담해안산책로. 15분 정도 걸으며 한동안 못 봐 그리웠던 바다를 원 없이 느꼈다. 짭조름한 바다 냄새도, 차고 강한 바람도 오랜만이다. 바다 실컷 봤으니, 제주도에 온 목적은 다 이뤘다.



승마장에 살던 뚱뚱한 이름 없는 고양이. 차도 많고 고양이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 위험한 시대다. 걱정 없이 살찌며 낮잠이나 잘 수 있는 너는 그래도 다행이다.



내가 그리 무겁지도 않지만, 괜히 말에게 미안하다. 어떻게 하면 말이 걷기 편할지 고민하며 다리에 힘도 줘 보고, 걸음에 박자도 맞춰 봤지만, 잘 모르겠다. 내가 탔던 말은 앞으로 20년쯤 더 살 것 같은데,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계속할까. 행복할까?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긴 할까? 어쩌면 하루에 사람 몇 명 태워주고, 남는 시간에 먹고 자고 싸는 생활에 만족할지도.



본태 박물관. 작품도 작품이지만, 건축물 자체가 예술이다. 나도 혹시나 다음에 내 집을 짓는다면, 콘크리트를 그대로 드러내고 싶다.



제주도에 세 번째 왔지만, 성산 일출봉도 세 번째 보지만, 정작 한 번도 올라가 보지 못했다. 다음번엔 꼭 올라가야지.



아쿠아 플래닛. 각종 해양 동물들의 교도소다. 그저 갇혀 있으며, 강제로 생명이 유지된다. 자살도 불가능하다. 물론 어류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사고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바다표범이나 돌고래는... 죽고 싶지 않을까. 바다표범의 눈망울이 유난히 슬펐다.



단체로 통합권을 끊고 공연을 보러 들어갔지만, 시작부터 너무 유치하고 갑갑해서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더는 바다 냄새라고 인지하지 못할 때까지 코로 숨을 힘껏 들이마시고, 성산 일출봉과 풍경을 눈에 담는 일이 더 좋았다.



여행의 즐거움보다 스트레스가 더 많았던 2박 3일 워크숍이었다. 아, 여행이 아니라 워크숍이라 당연히 그렇겠구나. 앞으로 이런 틀에 박히고 여유 없는 워크숍은 안 가는 게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