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31

[2016년 09월의 습관] 아침 일과 지키기

늦잠에 최적화된 환경

9시까지만 출근하면 된다. 집에서 근무지까지 걸어서 15분, 바이크로 4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늦잠을 잘 수 있는 최적의 조건 덕분에, 8시 30분에 일어나곤 했다. 다른 직장인은 이미 출근해서 업무를 시작했을 시간이지만, 난 그 때 쯤 일어나서 샤워하고 옷 입고 나와도 정시 출근이다. 아침식사보다 잠이 더 좋았다. 사실 일찍 일어나기가 귀찮았다.

One Month, One Habit

한 달에 습관 한 가지를 만들기로 했다. 한 번에 여러가지를 바꿀 순 없다. 하루 이틀은 지속할 수 있으나, 평생 가는 습관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목표를 낮게 설정하여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그래서 내 삶을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나갈 것이다. 한 달에 습관 하나 정도는 누구나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9월의 습관 - 아침 일과 지키기

9월의 목표는 아침 일과를 꾸준히 지켜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아침 일과는 기상 시간부터 출근하기 전까지 하는 모든 일을 포함한다. 모든 항목은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미니멀리스트는 모든 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내 삶에 긍정적인 가치를 더하는 일인가?
아래 항목은 내가 습관으로 만들 아침 일과이며, 괄호 안에는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 보았다.
  1. 7:30 기상 (하루를 차분하게 시작할 수 있는 한 시간을 확보한다)
  2. 고양이 밥, 물주기 (고양이 삶의 질이 나아진다)
  3. 물 한 잔 (위장이 잠에서 깨어난다)
  4. 세탁기 돌리기 (아침에 말리기 시작해야 햇빛을 받으며 하루만에 잘 마른다)
  5. 샤워 (몸을 깨끗하게 한다)
  6. 고양이 화장실 청소 (고양이 삶의 질이 나아진다)
  7. 아침식사 (점심식사 전까지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한다)
  8. 설거지 (음식냄새를 방지하고, 저녁에 할 일을 줄인다)
  9. 3 MIT(Most Important Things) 검토 (낮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세 가지를 미리 설정하여 집중할 수 있다)
  10. 독서/명상 & 커피 (빨래가 다 되기 전까지 여유를 즐긴다)
  11. 빨래 널기 (4번과 동일)
  12. 8:50 출근
몸에 익을 때까지 일과를 크게 출력해서 여기저기 붙여놓으려 한다.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둘 수도 있지만, 일일이 열어서 확인해야 하고, 또 어쩌다 SNS로 빠져서 시공간을 건너뛸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10월의 습관은?

10월의 습관은 9월 습관을 성공했을 경우에만 설정한다. 만약 9월의 습관이 실패하면, 수정 보완하여 10월의 습관으로 다시 삼는다. 이렇게 하나씩 완벽히 습관으로 만든 후 그 다음 습관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결국 남는 습관이 없을 것이다. 9월의 습관이 성공하면, 10월에는 저녁 일과를 습관들이려 한다. 아침 일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지만, 요즘 몸이 예전같지 않아 운동을 중심으로 일과를 짤 것 같다.
남은 일은? 실천하는 것이다. 실천하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실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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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8

맨발로 빗속을 걷다

알람이 울렸는데, 덥지 않다. 보통 일어날 때가 되면, 더워서 에어컨을 잠시 켜곤 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덥지 않다. 힘겹게 일어나 밖을 보니, 비가 내린다. 정말 오랜만의 비다. 타는 듯한 더위가 끝없이 이어질 줄 알았는데, 거짓말같이 비가 내렸고, 공기는 차가웠다.
출근 준비를 한다. 샤워하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발 닦을 수건과 우산을 챙긴다. 운동화를 신으면 다 젖을 테니, 슬리퍼를 신고 아파트 현관을 나섰다. 낯설다. 우산을 써도 비는 무릎까지 다다른다. 이미 발은 흠뻑 젖었다. 아스팔트의 가장 낮은 곳으로 물줄기가 생겼고, 때론 밟고 때론 피하며 걸어간다.
바닥의 모래와 작은 돌이 발바닥과 슬리퍼 사이에 걸려 잘 빠지지 않는다. 거슬리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잠시 멈춰 슬리퍼를 벗어 집어 들고, 맨발이 되었다. 맨발로 걸었다. 시멘트와 아스팔트 위를 그냥 맨발로 걸었다. 발이 더러워질 걱정은 없다. 빗물이 계속 씻어주니.
마지막으로 맨발로 빗속을 걸은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바닷가 백사장을 제외하고, 그냥 맨발로 걸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묘하게 기분이 좋다. 발바닥 전체로 느끼는 차가운 빗물과 오돌토돌한 바닥이 신선한 자극을 준다.
1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지만, 맨발로 빗속 걷기는신선한 충격이었다. 최근 느낀 그 어떤 신체적 자극보다 새롭고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신발의 보호를 받지 않고 맨발로 대지를 딛는 것이 인류의 조상이 생활하던 환경과 닮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우리 뒤꿈치는 자기 몸무게로 인한 충격은 충분히 흡수하도록 만들어졌다.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기는 것도 맨발로 걸어 다닐 때 발바닥을 보호하기 위해서 진화한 결과일 것이다.
발을 보호하기 위해 신발을 신는다. 신발과 발 사이의 마찰을 줄여주고, 땀 흡수를 위해 양말을 신는다. 발은 양말과 신발 덕분에 안전하지만, 한편으론 갇혔다. 대기와 호흡할 수 없고, 대지와 접촉할 수 없다. 발에 감정이 있다면, 안전해서 행복할까? 아니면 답답할까?
난 비가 올 아침을 기다린다. 마침내 비가 내리면, 또다시 맨발로 걷겠다. 인류 조상이 그랬듯, 아무 장애물 없이 내 발바닥으로 대지를 힘껏 내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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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5

사바나 원칙과 미니멀리즘

우리의 뇌는 1만 년 전 인류의 뇌와 다르지 않다. 수렵과 채집을 통해 생존한 인류의 조상은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을 소유해야 했고, 만약을 대비해 필요 이상의 물건을 비축해야 했다. 야생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사냥 도구를 소유해야 했고, 추운 겨울을 대비해 음식과 여분의 옷을 비축해야 했다. 그렇지 못하면 살아남아 번식하지 못했다. 이렇듯 물건을 소유하고 비축하는 것은 생존과 종족 보존이라는 적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 진화하며 터득한 심리적 적응형태(인간 본성)인 것이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달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한다. 식량이 부족했던 원시 시대에는 (에너지가 풍부한) 달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그렇게 진화했다. 하지만 지금은 식량이 부족하지도 않고, 비교적 쉽게 구한다. (동네마다 24시간 편의점이 한두 개씩은 꼭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달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은 생존에 유리한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본성대로 먹으면 비만이 되기 쉽고, 비만은 각종 합병증을 유발해 생존에 불리하며, 이성에게 호감을 사는데도 마이너스가 되어 번식에도 불리하다. 따라서 현대의 우리는 의식적으로 본성에 반하는 행동(다이어트, 운동 등)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사바나 원칙'이라 한다. 인간의 두뇌는 인류 초창기 환경(식량 부족)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상황(식량 과잉)을 파악하고 대처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비만).
과거에는 생존에 필요한 물건만 소유했다. 하지만 지금은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이 넘쳐난다. 하지만 소유욕이라는 인간 본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더라도 물건을 소유하고 비축한다. 물론 이것이 생존에 당장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번식에도 큰 장애물은 아니다. 하지만 필요 없는 물건을 과도하게 소유하는 것 자체만으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는 게 문제다. 사 놓고 읽지 않는 책, 산 지 1주일만 사용한 러닝머신, 게임이나 하는데 쓰는 아이패드, 안 입은 지 3년도 넘은 재킷, 헤어진 지 10년도 넘은 옛 애인의 편지까지. 필요 없는 물건은 물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심리적 공간까지도 차지한다.
'언젠가 써야 하는데. 일단 두자.'
'그래도 살 땐 비싸게 샀는데. 팔거나 버리긴 좀 아깝다.'
'살 빠지면 입을 거야. 내일부터 운동해야겠다.'
'그래도 옛 추억이 담긴 물건인데.. 버리긴 좀 그렇다. 일단 저기 넣어놔야지'
이렇게 필요 없는 물건은 그 자리에 며칠, 몇 주, 몇 년씩 꿋꿋이 있으면서 우리에게 무언의 심리적 압박을 준다. 생존에는 큰 지장이 없다. 다만 스트레스를 주며, 주의를 분산한다.
다이어트도 일종의 미니멀리즘이다. 달고 기름진 음식만 먹다간 살이 쪄서 생존에 불리하니, 식단 조절을 해야만 한다. 꼭 필요한 음식만 섭취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게 산다. 소유욕을 충족하느라 필요 없는 물건까지 구입하여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행복한 삶을 사는데 방해가 되니, 필요 없는 물건은 없애야 한다. 그래야 소중한 것에 집중할 여유가 생긴다. 단지 물건 뿐만 아니다. 인간 관계도, 일도,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미니멀리즘은 다 갖다 버리고 텅 빈 방에서 채식주의자로 사는게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본능에 이끌려 하는 모든 행동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배는 부른데 왜 남은 국물을 끝까지 다 먹는가? 필요없는 물건인데 왜 샀을까? 버리면 되는데 왜 못 버리고 계속 갖고 있는가?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물으며, 핵심만 남기고 그 외에 쓸데없는 것은 제거해 나가는 것이다.
인간 본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무엇이 소중한지 발견하기. 소중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방해 요소를 줄이기. 이것이 미니멀리즘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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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4

물건의 월세를 대신 내줍니까?

10평짜리 원룸에 산다. 방이 작지만, 예전엔 가구가 제법 많았다. 침대, 2단 옷걸이, 기둥형 옷걸이, 나무 서랍장, 플라스틱 서랍장, 가죽 소파, 대형 책장, 책상, 의자까지. 거기에 캣타워와 밥그릇, 물그릇, 스크래쳐, 보조 의자, 캠핑용 식탁, 진공청소기까지. 아무리 방을 정리해도, 방바닥을 보기가 힘들었다.
가구를 1/3 넘게 줄여, 지금은 넓은 방바닥이 훤히 보인다. 청소하기도 쉽고, 금방 끝난다. 먼지가 숨을 공간이 줄어, 나와 고양이의 건강에도 좋다. 방을 치우는 데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가 줄어서,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사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생기기 전에는, 한 번에 많은 가구를 정리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살아온 관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물건의 월세를 내가 대신 내준다'는 개념으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사는 방을 예로 들겠다. 10평을 그냥 30㎡라고 가정해 보자. 월세는 20만 원이다. 1㎡당 월세가 6,700원꼴이다. 최근에 버린 가죽 소파가 차지하는 면적이 약 1㎡ 정도였으니, 한 달 동안 소파가 7천 원을 쓰는 셈이다. 그 소파를 정말 좋아하고, 파라면 아무 문제 없다. 하지만 그저 자리만 차지하고, 소파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쓸모없는 소파가 내 주거공간 1㎡를 점유하고, 거기에 필요한 월세 7천 원을 내가 대신 내주는 셈이다. 1년이면 84,000원이고, 5년이면 42만 원꼴이다. 평수가 더 적다면? 월세가 더 비싸다면?? 안 쓰는 물건이 차지하는 면적이 더 넓다면??? 안 쓰는 물건의 월세를 내가 대신 내주는 셈이다. 그것도, 제법 많은 돈을.
쓰지도 않으면서 자리만 차지하는 가구나 물건이 없는지 살펴보자. 운동을 결심하며 샀던 러닝머신이나 사이클이 실제로 운동에 쓰이는 게 아니라 빨래 건조대로 쓰이지는 않는가? 언젠가 필요할 거라고 못 버렸던 물건들, 그 물건들을 담아둔 누런 박스, 박스가 많아져서 2단, 3단으로 쌓아 올리지는 않는가? 그런 식으로 안 쓰는 물건이 차지하는 면적을 대충 계산해 보자. 내 방 면적의 1/3을 차지한다면, 월세의 1/3은 물건이 내 공간을 차지하는 데 쓰이는 셈이다. 만약 안 쓰는 물건이 차지하는 면적을 1/3에서 1/5로 줄인다면? 월세는 변함이 없지만, 방이 더 넓어지는 효과가 생긴다.
쓰지도 않는 물건의 월세를 대신 내주는가.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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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3

인터넷을 해지하다

지금 사는 아파트에서 7년째 자취하는데, 처음 이사올 때부터 사용하던 인터넷을 최근에 해지했다.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해지 의사를 밝히니, 예상했던 대로 월 사용료를 할인해주겠다며 계속 쓸 권유했다(진작에 할인해주지). 하지만 '곧 유학을 갈 예정이다'는 말도 안되는 뻔뻔한 거짓말로 해지 신청을 완료했다.
난 사실 인터넷 중독이다. 사무실, 집, 여행지를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각종 어플과 즐겨찾기에 저장된 수 많은 SNS/사이트/블로그/카페를 수시로 열어서 새 글을 확인한다. 새 글이 없음을 확인한지 채 5분도 되지 않았는데도, 무의식적으로 또 접속해서 새 글이 있나 살펴본다. 아무 생각 없이 사이트들을 배회하다가, 유투브도 기웃거리다가, 더이상 할 일이 없으면 그제서야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중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모뎀을 통해 전화선으로만 인터넷 접속(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이 가능했기 때문에,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무실에선 당연히 무제한 인터넷이고, 집에서도 월 18,000원을 내며 무제한으로 인터넷을 사용한다. 무선 공유기를 설치해서 집안 어디서든 wifi 신호가 잡히도록 해 놨으니,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하루 종일 무제한 인터넷 망 안에 산다.
가끔 무분별한 인터넷 사용을 절제해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한다. 하지만 그도 잠시 뿐이다. 책을 읽다가도, 방을 치우다가도, 뭔가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다가도 금방 모니터 앞으로 돌아와서, 습관적으로 의미없는 인터넷 서핑을 반복한다.
그러던 중, the minimalists의 글(Killing home internet is the most productive thing I've ever done)을 읽고, 나도 집에 인터넷을 끊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단순히 '인터넷을 줄여야지'라고 마음먹기로는 부족하다. 마치 담배 끊기마냥 인터넷 끊기도 힘든 일이다. 때로는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 인터넷을 해지하면, 인터넷으로 해야 하는 모든 일은 인터넷이 되는 학교에서 다 처리해야 한다. 보고싶은 TV프로그램은 미리 다운받아 외장하드나 USB에 담아 와야 하고, 확인해야할 사이트나 블로그는 미리 읽어야 한다. 즉, 계획을 세워서 계획에 맞게 인터넷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집에서 휴대폰 LTE 모드로도 인터넷 접속은 가능하지만, 난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금방 데이터를 다 써버릴 것이고, 그 이후로는 추가 요금을 내야 할 것이니 어느정도 절제가 가능할 것이다.
아마 처음엔 적응이 안될 것이다. 금단 현상이 나타날테고, 그럴 때마다 책을 읽어야 하는데 그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잘 극복하고, 그동안 인터넷에 소모한 많은 시간과 집중력, 정신력, 여유를 좀 더 가치있는 곳(독서, 글쓰기 등)에 사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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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0

우연히 미니멀리즘과 만나다

한 방에서 7년을 살다

원룸 형태의 아파트에서 월세로 산 지 7년이 흘렀다. 이사 한 번 하지 않고 같은 방에서 7년씩이나 살다 보니, 집 안은 온갖 물건들로 가득했다. 방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20년도 넘은 학교 기숙사 나무 책상이 떡 하니 연륜을 과시했다. 당시 아무런 가구가 없었기 때문에 학과 교수님이 퇴임하며 버리고 간 소파와 가죽 의자를 집에 갖다두었고, 너무 오래돼서 불용처리된 (도서관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책장도 분해-운반-조립하여 한쪽 벽면의 절반을 채웠다. 그 책장의 절반에는 학부 때부터 석사과정까지 모았던 전공 서적을 빽빽하게 꼽아뒀고, 남는 자리엔 각종 물건(카메라, 로션, 저금통, 헤어드라이어, 오토바이 헬멧 박스 등)이 규칙 없이 난잡하게 놓였다. 그 외에도 이사하는 친구에게 얻은 3단 나무 서랍장, 대형 캣타워, 사진 박스, 운동기구 등 10평 남짓한 작은 방에 발 디딜 틈 없이 물건들이 가득했다. 당연히 정리도 오래 걸렸고, 청소도 쉽지 않았다. 고양이 두 마리는 수시로 뛰어다니며 바닥의 먼지와 털을 천장까지 날려 보내주었다. 덕분에 중력의 방향과 수직인 모든 면에는 항상 먼지가 쌓였다.

 

우연히 알게 된 책,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그렇게 흔한 30대 자취남의 구질구질함을 7년째 답습하던 어느 날,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사소한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처럼 페이스북 동영상을 무한으로 시청하며 시간을 하릴없이 보내다가, 한국일보가 게시한 아래 동영상을 봤다.
https://www.facebook.com/plugins/video.php?href=https%3A%2F%2Fwww.facebook.com%2Fhkilbo%2Fvideos%2F1172215076164602%2F&width=500&show_text=false&height=281&appId
처음엔 무심히 보다가 중간에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이 나오길래 우리 학교 도서관에 검색을 해 봤더니, 마침 대출 가능했다. 사무실에서 도서관까지 걸어서 1분 거리기 때문에, 바로 달려가서 빌려와 읽기 시작했다. 그 책에서 처음으로 미니멀리즘을 접했고, 미니멀리즘이 내 삶을 더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minimalists.kr 블로그를 개설한 이유

지금까지가 미니멀리즘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이야기다. 우연히 본 페이스북 동영상에서 시작해서 여러 책을 빌려보고, 그 책에 소개된 블로그를 방문하고,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고, 해외 블로그를 구독하고, 다큐멘터리를 유료로 사서 몇 번씩 돌려보며 미니멀리즘을 알아가는 동시에 하나씩 실천했다. 그리고 그 긍정적인 효과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그래서 그 체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미니멀리즘이 필요한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 블로그를 개설했다. 이 작은 블로그를 운영하며 내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하길 기대한다. 그리고 타인의 삶에 작더라도 긍정적인 물결을 일으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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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8. 20. 삼척 이사부장군배 전국바다수영대회(1km)





2016/08/17

토요일 바다수영대회 준비

사실 크게 준비할 필요가 없다. 바다수영 1km라 해도, 17~18분이면 끝나고, 그 정도는 연습을 안 해도 쉽게 해낼 수 있는 수준이다. 순위에 들지 못할 뿐.

보통 수영대회는 연력과 성별로 그룹을 나눈다. 20대 남자 그룹, 30대 여자 그룹 같은 식이다. 20대 남자에 속했던 스물 아홉, 서른 쯤에는 그래도 그룹 내에선 상위권에 속했다. 20대 참가자 수가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 30대 그룹에 속하기 시작하면서 10위는 커녕 30위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거의 불가능해졌다. 직장도 있고,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30대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순위권에 드는 것은 이제 목표가 아니고, 참가와 완주에 의의를 둔다. 여름휴가 겸 해서 여자친구와 해수욕장에서 놀고, 맛있는 거 먹고 즐겁게 놀다 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래도 토요일 대회니까 이번 주는 뭔가 열심히 해 볼 요량으로 어제는 20분동안 쉬지 않고 수영장을 돌았다. 바다수영은 18분이면 끝나지만 파도와 경쟁자가 있어 실제로는 20분 이상의 체력이 소모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영대회에 나가보면 앞에서 길 막는 사람, 뒤에서 다리 잡는 사람, 내 몸 위로 넘어오는 사람, 손톱으로 꼬집는 사람... 엉망진창이다. 그러다가 바닷물이라도 한 입 들이키면 호흡 리듬이 끊어져서 당황할 수도 있고, 처음 참가하는 사람은 겁을 먹고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나야 뭐 한 두 번이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쉬었다 가면 그만이다.

아마 올해 마지막 대회가 되지 싶다. 몇 년 전엔 더 자주 나갔는데, 이제 연 2회로 가닥이 잡히는 것 같다. 대회 다녀오고 1주일 지나면 2학기 개강. 그러면 또 정신없이 업무 시작이다. 내년 1월쯤 되어야 여유가 생기겠지.


2016/08/01

내가 도서관에 책을 신청하다니

대학교에서 일하는 장점 중 하나는 도서관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부생은 다섯 권을 10일 동안, 대학원생은 열 권을 20일 동안 빌릴 수 있지만, 조교는 무려 열 권을 무려 30일 동안 빌릴 수 있다. 동시에 열 권을 읽을 경우는 없어서, 권수를 신경쓰지 않고 한참동안 책을 빌려볼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장점이 있다.

요즘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는데, 영미권에서 대표적인 사람이 조슈아 필즈 밀번라이언 니커디머스이다. 이 둘은 The Minimalists(http://theminimalists.com)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책도 몇 권 냈는데, 그 중 두 권([미니멀리스트], [두 남자의 미니멀 라이프])이 번역되어 국내에도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 우리 도서관에 두 권 모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희망도서 신청'이라는 걸 했다. 대출할 수 있도록 도서관이 책을 구입해 주는 서비스이다. 번역서 두 권 모두 신청했는데, 그 중 한권을 오늘 빌려볼 수 있게 되었다.

원서명은 [Simplicity: Essays]


대출할 수 있도록 준비가 되면 문자와 이메일로 알림을 받는다. 알림을 받자마자 도서관으로 가서(사무실에서 1분 거리) 책을 빌려 나오는데, 아무도 읽지 않은 새 책을 처음으로 빌려 나오는 기분이 꽤 좋았다.

책은 theminimalists.com 홈페이지에 있는 에세이를 번역하여 엮어놓은 듯 했다. 아직 다 읽진 않았지만, 영어로 읽었던 에세이를 한글로 다시 읽으며 내용을 정리하는 효과가 있다. 한글 번역서 뿐만 아니라 원서 두 권([Essential Essays], [Everything that Remains: A Memoir by the Minimalists])도 신청했다. 번역본도 좋지만, 번역될 수 없는 원문의 힘은 원서로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도서관에 책을 신청해서 빌려보다니.
많이 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