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28.

2014-08-28 고복저수지 마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퇴근도 일찍 해서 시간도 많았다. 집에 들어가봤자 에어컨이 없어 덥기만 하고 딱히 할 일도 없고, 밥을 먹으러 가자니 배가 고프진 않고. 그래서 집을 지나쳐 고복저수지로 향했다. 고복저수지는 조치원 근처에 있는 작은 저수지인데, 가는 길이 적당히 재밌고 가까워서 대학 다닐 때부터 자주 갔던 곳이다.
저수지 사진은 못 찍었지만 비가 많이 와 물이 많았고 햇빛과 잘 어우러져 오랜만에 멋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시민공원에 가 빈 벤치에 무작정 드러누워버렸다. 가방을 베개삼아 누워 하늘을 보니 구름 한 점 없다. 역광으로 빛을 받는 나뭇잎의 녹색이 선하다. 그렇게 누워 게임도 하고 망할 페이스북도 하고 오랜만에 셀피도 찍어본다.



자연광이 얼굴 전체를 비춰주니 인물이 산다(?). 눈 밑에 저 주름은 어쩌나.. 관리를 안해서 그런가. 서른이라 그런가. 입을 앙다물면 뭔가 어색하다. 토끼마냥 이 두 개 정도만 보이는 편이 오히려 낫다.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 보다는 약간 사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좀 낫다. 셀카 파파팍 찍는데 저만치 텐트에 남편이랑 같이 있는 아줌마가 계속 쳐다봐서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한 20분 쉬다가, 다시 바이크에 올랐다. 그러다 햇살이 좋은 장소를 발견하고 바이크를 세웠다. 나만 찍을 순 없지, 바이크도 찍어줘야지. 2005년식 볼도르. 아직 2만km도 타지 않은. 상태가 너무 좋아 출퇴근으로 타기 아까울 지경이다.



오늘의 베스트 샷. 아이폰 카메라 성능은 정말 감동이다. 대충 막 찍어도 잘 나온다. 그나저나, 저 군더더기없는 볼도르의 자태를 보라. 80년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생산되고 있는 CB 시리즈의 위엄이다. 혼다의 디자인은 구형이 더 예쁜 법이니까...

집으로 돌아왔다. 퇴근길 차 막히는 길을 피해, 논두렁 옆 시골길로. 집으로 오는데 석양과 구름의 조화가 너무 아름답다..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 잠시 잊고 있던 바이크 투어의 즐거움이 되살아나고 있다. 장거리도 '피곤하다 피곤하다'하며 이제 안 할 것 같았지만, 이런 기분이라면 다시 동해라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저수지 마실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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