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9.

2014-02-09 활화산 정상에 오르다! 칠레 푸콘, Villarrica 화산 트래킹

날이 밝았다. 오늘은 푸콘에 온 목적, 바로 활화산 트래킹이 있는 날이다. 푸콘에 온지 3일째지만, 처음 이틀은 구름이 많이 껴서 저 화산을 볼 수 없었다. 다행히 트래킹 당일은 아침부터 날씨가 좋아서, 푸콘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내가 오를 산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여행사에 도착해서 신고간 신발을 맡기고 배낭과 각종 장비, 부츠를 빌렸다. 잠시 후 지프와 벤에 나눠 탔는데, 옆자리에 앉은 독일 소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한참을 달려 국립공원에 들어섰고, 주차장에 내린 우리는 스키 리프트를 타러 갔다. 원하는 사람은 8,000 칠레페소(약 15,000 원)라는 큰 돈을 내고 스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 후, 거기서부터 트래킹을 시작할 수 있다. 저질체력임을 잘 알고 있는 나는 당연히 돈을 내고 리프트를 탔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스키 리프트를 타라고 추천해줬기에... 올라오면서 길을 봤는데, 무조건 타야 할 코스같은데?!




뭔가 부실하게 생기고 안전바도 없는 리프트였지만, 흔들흔들 불안하긴 했지만 올라가는 동안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화산, 뒤쪽으론 푸콘 시내와 칠레의 아름다운 산들. 이미 저곳도 제법 높은 곳이기 때문에,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올라가는 와중에 사진 찍기! 혼자 외롭게 등산할까봐 걱정했는데, 영어 통하는 어린 친구를 만나서 다행이었다. 아래를 바라보니, 열심히 걸어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도 체력이 받쳐준다면 처음부터 힘차게 올라가겠는데, 그간의 트래킹을 통해 저질체력임을 이미 확인했기 때문에 얌전히 돈을 쓸 수 밖에... 제대로 배낭여행을 즐기려면 평소에 배낭 메고 등산도 다니고, 트래킹도 다니고, 달리기도 했어야 했는데.. 매일 차나 바이크만 타고, 운동도 무릎과 발목에 하중이 실리지 않는 수영만 하다보니 몸이 전반적으로 허약했다.
리프트에서 내린 후, 복장을 정비하고 등산이 시작되었다. 말이 트래킹이지, 등산이다. 돌산을 오르고 또 오른다. 팀에 여자들도 섞여있기 때문에 중간에 자주 쉬었다. 그렇다고 내가 체력이 여자들보다 뛰어난 건 아니다;; 등산이 힘들고 고도가 높기 때문에 수시로 물과 초코바, 견과류를 먹으며 체력을 보충해야만 했다. 구름한점없이 날씨가 너무 좋아서 선크림도 수시로 발라줘야 했다.



한참을 오르면 이제 눈 덮인 지역이 나온다. 화산의 상위 1/3 부분은 높은 고도 탓에, 눈이 녹지 않고 쌓여있다. 이곳에선 등산화에 아이젠(영어로는 크램폰)을 착용하고 올라가야 한다. 가이드의 주의사항을 듣고 아이젠을 차고 눈밭을 올라갔다. 




이런 풍경이 계속 이어진다. 경사가 상당하기 때문에,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이미 구름들은 저 밑에 있고, 하늘과 점점 가까워져 간다. 두 시간 정도 계속 올라가다보면, 이걸 또 언제 내려가나... 걱정이 된다. 그래도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가이드의 말을 믿으며(?),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는다.




올라갈수록 경사가 점점 심해진다. 어떤 트래커가 실수로 헬멧을 떨어뜨렸는데, 딱히 걸릴게 없으니까 썰매처럼 끝까지 굴러내려갔다. 그래서 쉴때도 항상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저날 날씨가 좋아서인지, 아마 푸콘의 모든 여행사에서 투어를 떠났나보다. 우리 일행을 제외하고도 수십명.. 아니 100명은 넘었을 것이다. 이렇게 날씨 좋은 날에 화산 트래킹을 놓칠 순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총 세 시간 정도를 올라가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한없이 넓게만 보였던 호수가 한 눈에 다 들어왔고, 푸콘 시내도 보였다. 구름은 발 밑 한참 아래에 있었고, 태양은 그 어느때보다 가까웠다. 




저 아래가 분화구다. 분화구에선 매캐한 유황 냄새와 함께 연기가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분화구에서 뿐만 아니라 그냥 땅에서도, 돌 틈에서도 연기가 뿜어져나왔다. 활화산 꼭데기에 있음을 실감했다. 바람이 방향이 바뀔때마다 연기의 방향도 바껴, 어떤떄는 숨 쉬는게 불편할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제일 맘에 드는 사진! 푸콘 시내와 호수를 배경으로~




아이폰으로 찍은 파노라마 사진. 화산 자체도 멋있지만, 화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제법 멋있었다.




같이 올라온 소녀(?)와 기념사진도 찍고~ 




혼자 셀카도 찍고.




저 아래에서 연기가 뿜어져나온다. 잘못 굴러떨어지면... 다치는것도 다치는거지만 유독가스 중독도 한 몫 할듯. 저 멀리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는게 보인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20분정도 자유시간을 가진 후, 슬슬 하산 준비를 했다.
  드디어 가방안에 있떤 썰매(?)를 사용할 시간이다. 썰매라기 보다는 엉덩이받침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듯 하다. 간신히 엉덩이만 앉을 수 있는 플라스틱 재질의 받침이다. 방수 바지를 입고, 썰매를 타고, 눈을 타고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정상에서부터 썰매를 타고 내려간다! 물론 중간중간 루트가 정해져있기 때문에 한번에 내려가는 건 아니지만, 긴 것은 한참동안 내려가기도 한다. 사진에는 잘 표현이 되지 않았는데, 경사가 엄청난 곳도 있다. 스키 슬로프로 치면 고급 정도?? 스키가 아니라 썰매로 내려가서 그런지, 스릴은 훨씬 강했다.
  내려오는 내내 모두가 싱글벙글, 어릴적 썰매타던 추억 때문인지 모두가 아이의 얼굴이다. 모든 속도를 엉덩이로 받아내며, 신나게 내려온다. 썰매만 타고 한시간 정도는 내려온 것 같다. 



그렇게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면 처음에 리프트에서 내린 곳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장비를 정리하고, 마지막 구간을 터벅터벅 내려가면 화산 트래킹은 끝! 구름 위에서 시작해서 썰매를 타고 구름을 통과해 구름 아래를 걸어내려오는 경험이라니... 남미에서 했던 액티비티 중에 단연 최고였다. 



다시 차를 타고 푸콘 시내로 돌아왔다. 돌아오니 시원한 맥주가 준비되어 있다. 우리나라나 여기나 똑같다. 산을 탄 후에는 시원한 술 한잔! 우리나라가 막걸리에 파전이라면, 이곳은 소세지에 맥주! 몸이 피곤해서인지 딱 한 잔 마셨을 뿐인데 알딸딸하다. 맥주를 마시며 장비를 반납하고, 맡겨두었던 신발을 찾아 숙소로 향했다.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여전히 푸콘에 동양인은 나밖에 안보인다...)
숙소에서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 다른 숙소로 옮기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어쨌든, 푸콘에서의 즐거운 여행이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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