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14.

2014-01-14 고산지대에서 트래킹을! 페루 와라즈, 69호수 트래킹

야간버스를 타고 와라즈에 새벽에 도착하자마자 고산병 증세가 오기 시작했다. 와라즈는 기본적으로 해발 3,000m 이상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고산병 증세는 어지럽고 숨이 차고 머리가 띵하고.. 그와중에 배낭을 메고 10분 정도 걸어 미리 알아두었던 Akilpo 호스텔로 가서 짐을 풀었다.

갑자기 높은 지역에 가게 되면 최소 이틀 이상 휴식을 취하며 고도에 적응한 후 돌아다녀야 문제가 없다. 물을 많이 마시고, 누워서 쉬는게 좋고, 증세가 심할 경우 '소루칠'이라는 약을 복용하면 조금 나아지기도 한다. 난 더 쉬었어야 했는데, 무식한게 용감하다고, 바로 그 다음날 69호수 트래킹을 신청하고야 말았다.
아킬포 호스텔에서 한국인들 두 명을 만났다. 병규와 소현이. 리마에서도 한국인들을 만나 즐거웠는데, 여기서도 만나니 굉장히 반가웠다. 결국 같이 69호스 트래킹을 가기로 결정! 함께 저녁도 먹고, 다음날 먹을 간식도 사고, 숙소로 돌아와 잠에 들었다.



아침 일곱시, 우리는 숙소 앞으로 온 중형 버스를 탔다. 와라즈 시내를 돌면서 다른 일행들을 더 태운 후 시골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두 시간 정도 달렸을까, 버스는 Huascaran National Park에 도착하였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10솔이기 때문에, 버스에서 가이드가 미리 입장료를 모은 다음 한번에 낸다. 그런데 몇몇 외국인이 스페인어로 뭐라뭐라 하더니, 같이 따라 내리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왜 그런가 했는데, 나중에 다시 탈 때야 깨닫고 말았다. 바로 학생할인! 국제학생증이 있으면 국립공원 입장료가 50% 할인되는 것이다. 큰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쉬웠다. 조금이라도 아끼려는게 배낭여행자의 마음인지라.. 미리 확인 안한 내 잘못이지 뭐.


69호수로 오르는 길은 처음에는 평탄하고 완만해서 괜찮았다. 하지만 점점 가파른 오르막이 나왔고, 가뜩이나 고산병때문에 피곤한 나의 몸은 점점 지쳐갔다. 반면에 이 두 젊은이(그래봤자 네 살 차이)는 힘들어하면서도 잘 올라갔다. 그렇게 세 시간을 올라간다... 나중에는 급경사가 이어졌는데, 정말 소주 반 병 정도를 원샷하고 등산하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 없으니, 꾸역꾸역 발을 내딛었다.



하아... 드디어 도착.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에메랄드 색은 에메랄드가 아니었다.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이 만든 호수의 색은, 정녕 태어나서 처음 보는 아름다운 색이었다. 포기하고싶은 마음을 다잡고 힘들게 올라와서 보는 경치라 그런지 더 아름다웠다. 같이 출발했어도 괴물같은 체력으로 쉽게쉽게 올라간 외국인들은 이미 한 시간 정도 여유있게 호수를 구경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 나의 저질 체력이란... 하긴 한국에서도 등산 몇 번 가지 않았는데, 이렇게 높은 고산 지대에서 서너시간 등산을 하니 견딜 수가 있나.



사실 코스의 문제라기 보다는(물론 쉬운 코스는 아니다) 고산병 증세가 가장 큰 문제였다. 와라즈에 도착해서 겨우 하루 쉬고 그 다음날 트래킹을 했으니... 호스텔 직원들도 말리긴 했다. 리마에서 쿠스코로 가는 비행기만 끊어놓지 않았다면 좀 더 휴식을 취하고 올라갈 수도 있었는데.. 에휴.




적당히 호수를 구경하며 점심 먹고 휴식을 취했어야 했다... 서양청년 하나가 물에 뛰어들었고, 병규도 물에 뛰어들었고.... 나라고 질 수 있냐!는 어리석은 생각에 몸 상태 생각도 안하고 빙하물에 다이빙을 해 버렸다. 빙하가 녹은 물, 게다가 4,600m 정도의 고산지대라 물은 얼음물이나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차가운 물에 빠진 내 몸은 열을 내기 위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고, 그 근육은 가뜩이나 부족한 산소를 더 많이 소비하기 시작했다.. 고산병 증세는 갈수록 악화되었다. 충분히 쉴 시간도 없었다. 어서 내려가서 와라즈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 내려올 때 근육이 말을 듣지 않아 마구잡이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발목가 무릎관절이 거의 아작나다시피 했다. 신발도 말이 트래킹화지 거의 운동화에 가까워서 발목을 충분히 잡아주지 못했고, 발목을 삐지 않도록 신경쓰다보니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갔다. 심지어 중간에 작은 시내에 발이 빠지기도 했다. 신발이고 양말이고 쫄딱 젖음.
그렇게 정신줄을 놓고 겨우 버스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유럽애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아오 나의 자존심! 그렇게 반쯤 실신한 상태로 숙소에 도착했고, 정말 겨우겨우 샤워를 하고 쓰러지듯 잠이 들고 싶었으나 다시 리마로 가는 버스를 타야 했기에... 짐을 챙겨 리마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출내역> (1솔 = 약 400원)
물, 잉카콜라: 1솔
꼬치구이: 2솔
감자칩: 1솔
고산병 약: 5솔
저녁식사(고급 레스토랑): 1인당 25솔
식료품: 12솔
리마행 버스 (Cruz del Sur): 48솔
빵: 5솔
Huarascaran 국립공원 입장료: 10솔
아킬포(호스텔) 숙박비: 15솔
69호수 투어비: 40솔
물: 1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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