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14.

찝찝한 하루

오늘 하루는 처음부터 이상했다.

들뜬 마음에 어제 새로 산(평생 처음 산) 블레이저를 입고 출근길에 나섰지만, 오전 날씨는 제법 추워서 오전 내내 벌벌 떨어야만 했고, 카드키를 집에 두고와서 집에 또 가야만 했다. 구두를 손질해볼까 하고 학생회관에 구두약을 사러 갔지만 검정색 밖에 없었고, 난 괜히 쓸데없이 우유만 사서 돌아왔다. 사무실 문을 열어둔 채 점심을 혼자 먹고, 카드키를 가지러 집에 갔지만 망할 집에도 없었고 결국 차에서 발견했다. 애초에 집에 가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아이폰, 지갑, 카드키, 열쇠는 출근할 때 무의식적으로 챙겨나올 정도가 되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새로 산 블레이저에 정신이 팔렸나보다.
1년 중 가장 한가한 요즘, 일이 거의 없어서 새로나온 미드도 다 챙겨보고, 지난 주 개콘까지 다 보고, 각종 카페를 드나들고 수시로 페이스북 새로고침을 눌러도 심심하다. 읽겠다고 사 둔 원서는 쌓여있는데, 그렇게 할 일이 없어도 이상하게 책에는 손이 가질 않는다. 이런 잉간이 어떻게 석사를 할까 싶다. 잉여잉여 하면서도 매일 고민한다. 오늘 저녁은 뭘 먹지... 쌀이 남아있을 땐 집에서 어머니가 보내주신 반찬과 먹으면 대충 해결할 수 있었는데, 쌀도 다 떨어지고, 다시 사자니 곧 3월이 오면 기숙사 식당을 이용할 수 있으니 좀 아깝고, 애매하다.
대충 퇴근시간까지 시간을 때우다 집에 온다. 이틀 전에 먹다 남겨둔 파닭을 냉장고에서 꺼내 전자레인지에 3분을 돌린다. 그냥 처묵처묵 먹는거지 뭐... 단백질 섭취나 많이 하고 나중에 헬스나 가야겠단 생각으로. 다미(고양이)는 내가 책상위에서 뭘 먹든 요즘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래도 냄새는 맡을텐데, 절대로 안주니까 포기했나보다. 닭가슴살 조금 떼어 주니 좋아죽네.
중간고사 전날 기분이다. "야식 먹고 공부해야지~"이딴 마음가짐은 얼마 가지 않고, 잠이 솔솔 와서 다미를 안고 침대에 잠깐 누웠는데 순식간에 두시간이 지나갔다. 중간중간 깨어서 일어날까...그냥 잘까....를 고민하지만 무거운 몸을 이기지 못하고 자다가 아주 기분이 거지같은 꿈 덕분에 벌떡 일어났다. 내가 무슨 강당에서 단독공연을 7시에 해야하는데(기타연주 & 노래 뭐 이런거),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연습을 하다가 갑자기 막 귀찮아져서 공연을 하기가 싫어졌다. 7시를 넘어 8시를 넘어 9시쯤 되어 난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아직 관객들이 제법 있었고, 후배들이 꽃을 사 들고 내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난 왠지 모르게 그들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은폐엄폐하며 공연관계자에게 가서 "내가 쓰는 카세트테이프가 고장나서 부득이하게 공연을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말할 순 없으니(쪽팔리니) 대신 공연 취소를 좀 알려달라"라고 지껄이고 있었다. 제길 이 무슨 기분더러운 꿈이란 말인가. 얼굴이 화끈거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헬스장에 가기엔 늦어버렸고, 이제 무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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