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7.

[미니멀리즘] 만년필을 샀다 버렸다 같은 걸 다시 샀다.

처음 미니멀리즘을 접했을 땐 다소 극단적이었다. 집에 워낙 짐이 많아서, 버리는 즐거움에 중독되어버렸다. 굳이 버리지 않아도 되는데 깊이 생각하지 않고 버린 물건도 많다. 그중 하나가 만년필이다.
필기구는 이미 사무실에 볼펜 수백 개로서 충분했다. 그럼에도 번거로운 만년필을 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잉크를 넣고, 한 자 한 자 천천히 제대로 쓰면서 집중하게 하는 만년필의 특성이 오히려 글씨를 쓰는 동기와 즐거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 실천 초창기에 만년필을 버릴 땐 그 과정적 즐거움을 잊었다. 단순한 도구적 기능만 보고 '글쓰기 편한 볼펜 많으니 불편한 만년필은 필요 없겠네.'하고 버리고 말았다. 편의성만 고려했던 것이다. 살 때와 마찬가지로 버릴 때도 심사숙고해야 하는데, 당시의 난 즉흥적이었다.
그래서 결국 같은 만년필을 다시 샀다. 산 이유는 처음 샀을 때와 같다. 글도 잘 쓰고 싶고, 글씨도 잘 쓰고 싶다. 더 잘 쓰기 위해, 더 쓰기 어려운 만년필로 쓴다.
시행착오를 한 번 겪었으니, 다시 버릴 일은 없을 것이다.

2018. 10. 6.

[일기] 비밀은 없다

"이거 비밀이니까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 "이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끼리만 아는 걸로 하자." 이런 말 다 소용없다. 진짜 비밀은 일단 본인이 말을 안 해야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이미 비밀이 아니다. 그걸 들은 사람이 비밀을 지켜줄 거라는 믿음도 착각이다. 자신에게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므로, '비밀을 지켜야 한다'라는 개념 자체를 망각하여 언제 어떤 식으로 얘기할지 모른다. 심지어 얘기했다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릴 것이다.
뒷담화는 인간 본성이다.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재밌다. 특정인의 신상에 관한 각종 사안은 주변 사람 모두의 대화 소재로 오르내리기 마련이다. 그건 무인도가 아닌 이상 당연하다. 뒷담화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앞서, 뒷담화하는 인간 본성 자체를 부정해선 안 된다.
내 개인 정보가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걸 원치 않는다면, 자신이 우선 스스로 단속해야 한다. 누구나 볼 수 있는 SNS에 여행 간 사진을 올려놓고, 여행 갔다는 사실이 퍼지길 원치 않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시내 유명 식당에서 데이트를 하면서, 여자를 만나는 사실이 알려지길 원치 않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냥 인정하면 편하다.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 있듯, 주변 사람들도 내게 관심이 있다. 내 신상에 관한 모든 사안이 나 없을 때 지인들 사이에서 대화 소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된다. 그게 뭐 어때서. 오히려 아무도 내 얘길 안 꺼내는 게 더 서운하지. 관심도 못 받는 슬픈 존재니까.
성격마다 다르겠지만, 난 잊히는 것보다 관심받는 게 좋다. 내겐 그게 자연스럽다. 그래서 SNS를 끊었다가도 다시 하게 된다. 내 글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면 좋겠다. 내 사진도 많은 사람이 봐줬으면 좋겠다. 인정까지 받으면 좋고, 못 받아도 그만이고~
그래서 요즘 매일 조금씩 뭐라도 만들어내는 생활이 즐겁다.